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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모포비아’…미-유럽, 무슬립세력 확산 우려

입력 | 2007-09-04 03:01:00


쾰른 대성당으로 유명한 독일의 쾰른 시가 요즘 시끄럽다. 50m 높이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 터키인 이민자 등 12만 명의 무슬림이 추진해 온 사원 건립은 계속되는 피켓 시위에 부닥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최근 서구에서 모스크 건설이 어떤 지역 현안보다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남부 유럽에서는 무슬림의 활동을 무조건 반대하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공포증)’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는 모스크 설립 계획에 대해 지방법원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사실상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영국 런던 동부의 뉴엄에선 1만2000명을 수용하는 대형 모스크 설립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에 27만7000명이 동참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경찰이 에스퀼린 언덕의 모스크 설립을 “적법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강제 중단시켰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는 우파 주민들이 “토지 보상이 충분치 않다”며 모스크 건설 중지 소송을 낼 계획이다.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법조문과 상치되는 이 같은 집단행동에는 무슬림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최근 모스크는 규모가 커지고 위치도 시내 중심으로 들어오는 추세다.

숨죽여 살던 무슬림 노동자들이 점차 지역사회 참여나 시민권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모스크가 방화로 불탔고 시카고의 한 모스크는 예배시간 전후에 주변 주차장이 주차시간을 악의적으로 제한해 애를 먹기도 했다.

‘모스크 반대’ 움직임이 교통 혼잡 유발이나 상수도 문제, 건축 허가의 작은 허점에 대한 딴죽걸기로 교묘하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시카고의 변호사인 크리스티나 에이브러햄 씨는 “모스크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다른 건축물에 비해 두 배 이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