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 론스타가 이를 영국계 은행인 HSBC에 팔기로 합의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거듭 밝힌 대로 론스타의 위법 혐의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뒤 지분 거래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론스타가 금감위의 방침을 모를 리 없는데도 HSBC와의 합의를 발표한 것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이미 “금감위가 은행법상 금융회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은 위법”이라며 ‘매각 직권취소’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번 매각 합의도 원인무효가 된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매각 방식이 10% 초과지분에 대한 강제 매각으로 바뀔 수 있다.
이 같은 복잡한 사정에 비추어 이번 외환은행 매각 합의가 기한 내에 이행될 가능성은 적다. 더욱이 이번 합의는 실정법에 입각한 금감위 방침을 무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한국의 투자환경을 비난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가 불거지고 경영진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될 때마다 수사에 협조하기는커녕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반(反)외자 정서’가 문제인 양 한국 정부를 공격하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현재 한국에서 영업하며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HSBC가 외환은행 매입에 대해 발표한 것도 결과적으로 한국 금융 당국을 압박하려는 론스타의 의도에 동조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개방경제로 성장을 지속해야 할 한국에서 반외자 정서는 곤란하다. 돈 벌려고 들어온 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큰돈을 벌었다고 배 아파해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2004년과 2005년에 칼라일과 뉴브릿지캐피탈이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을 팔아 거액의 매각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보호했다.
하지만 외국 자본도 국내에서는 국내의 실정법을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당국의 은행의 지분 거래 승인도 법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반외자 정서나 반시장주의와 전혀 관련이 없다. 오히려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