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연일 “깜이 안 된다” “소설 같다”는 말로 김을 빼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제 ‘방송의 날’ 행사에서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언론이) 기본적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가. 나는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이 관련된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검찰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인정하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말인가.
정 전 비서관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건설업자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세무 브로커 노릇을 했다. 정 전 청장이 받은 뇌물 1억 원의 행방도 안개 속이다. 부산지검이 초기 수사 때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수사 관행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의 손발을 묶은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리도 가능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 전 비서관의 사표 수리를 발표하면서 그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소설 같다”는 대통령의 발언이나 청와대 대변인의 거짓 브리핑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 측근 비리를 부당하게 감싸는 게 된다. 검찰에 대한 외압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신정아 씨 사건에도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변 씨의 배후에 대한 설(說)도 분분하다. 대통령은 측근 관리를 잘못한 데 대해 사과해도 모자랄 판인데 ‘언론이 소설을 쓴다’며 본질을 흐리려 한다. 언론이 소설을 썼는지, 청와대가 비리를 감쌌는지, 검찰의 손발을 누가 묶었는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 협상 과정에서 과도하게 ‘노출 홍보’를 했는데도 “국정원 업무가 무조건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누가 언제 국정원 업무가 무조건 공개돼서는 안 된다고 했는가. 노 대통령이야말로 기본적 사실과 다른 전제를 해 놓고 소설을 쓰고 있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정상적 비판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