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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조선업계 ‘묻지마 증설’ 경쟁

입력 | 2007-09-05 02:59:00




현대중공업의 10독(dock) 추가 건설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대대적인 설비 확장에 나선 가운데 아시아 각국에서도 조선 관련 신증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 조선업체는 물론 대만의 ‘에버그린’ 등 거대 해운업체마저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신증설 투자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세계 수주 호황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투자가 마무리되는 2010년경에는 세계적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범용 선종을 주로 만드는 국내 신생 조선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 중국이 가장 의욕적

신증설 투자에 가장 의욕을 보이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달 20일 낙후된 동북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동북지역 진흥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15년간 동북지역 해안선을 따라 조선소 및 관련 기자재 산업단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30만 t급 대형 유조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신형 여객선, 해양석유시추 설비 등이 건조될 예정이다.

대만 최대 해운업체인 에버그린은 중국 지방정부와 손잡고 중국 광저우(廣州)에 신생 조선소를 짓기로 했다. 35만 t 규모의 드라이독을 지어 2011년부터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을 본격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해운사인 오엔토로 수르야도 최근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 남쪽 바탐 지역에 최신 설비를 갖춘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오시마(大島)조선소는 내년 6월까지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12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하고, 건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4만8000m²의 매립공사도 추가로 진행 중이다.

○ 과잉 투자 논란 점화

아시아 각국의 이 같은 ‘투자러시’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무역량 증가와 원유 및 가스 등 자원 수요 확대 전망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조선소 신증설 투자가 완료되는 시점이 2010년을 전후로 몰려 있는 데다 주력 선종도 대부분 벌크선,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 등 범용 화물선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범용 선종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없어도 일정한 노동과 자본만 들이면 제작할 수 있어 경쟁업체끼리 비교우위를 차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저가(低價) 수주로 이어지면 아시아 지역 조선업체 전체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선박의 일부분을 하청 생산하던 ‘블록업체’가 대거 신생 조선업체로 돌아서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거대 장치산업인 조선업은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투자비를 뽑기도 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최근 블록업체에서 업종 전환한 신생 조선사가 10여 개에 이른다”면서 “획기적으로 제작비용을 줄이거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종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