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 주는 엄마, 그리고 엄마가 읽어 주는 책에 흠뻑 빠져버린 아이.
생각만 해도 보기 좋은 모습이다. 책을 읽어 주는 엄마는 아이를 보며, 아이는 엄마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간혹 엄마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엄마가 책을 읽어 주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이해를 하면서 듣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만약 아이가 이해도 못하면서 그냥 재미있어 하는 것이라면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쉽게 눈으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아이에게 물어 봐야 한다.
아이가 대답을 잘 하면 엄마 마음은 뿌듯해진다. 반면 아이가 틀린 대답을 하면 엄마는 속이 탄다. ‘아이가 내용도 모르면서 엉터리로 듣고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읽어 준 것이 헛수고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아이가 너무나 뜬금없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을 물어볼 때가 있다. 아이의 말 한마디는 그동안 확인하고 싶던 마음을 꾹꾹 참고 있던 엄마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수십 번 반복해서 읽어 줬고, 그래서 아이도 내용을 충분히 알 것이라고 믿고 있던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이다. ‘아니, 그렇게 읽어 줬는데도 그걸 몰라’ 하는 배신감을 느끼며 ‘앞으로는 더 자주 내용을 확인하면서 읽어 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어떤 경우든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질문을 던지며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은 그다지 바람직한 독서교육법이 아니다.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 내용은 자연스럽게 아이 내면에 차고 넘치기 마련이다. 엄마 관점에서는 아이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물어 보는 것이지만 아이는 책을 보며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발견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데 엄마가 화를 내거나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책을 통해 이런 기쁨을 맛보기가 힘들어진다.
책에서 질문을 찾는 것은 아이여야 한다. 괜한 엄마의 질문은 아이를 엄마의 질문에 갇혀버리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책에서 더 멋진 세계를 찾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책을 소리 내서 읽는 사람은 엄마지만 엄마는 어디까지나 아이와 책을 중개해 주는 ‘매개자’임을 잊지 말자.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