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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노조도 달라졌다

입력 | 2007-09-05 03:00:00


‘강성’ 전미노조 “회사 살려야” 협상전술 변화

미국내 강성노조의 상징처럼 불리는 전미자동차 노조(UAW)가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협상 전술은 명료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제조사 가운데 그해 가장 여건이 가장 좋은 회사를 '타겟 회사'로 정한뒤 협상력을 집중해서 유리한 조건의 협약을 맺는다.

그리곤 다른 회사들에도 이를 기준으로 삼자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패턴 협상, 협약'(pattern-bargaining, pattern-agreement)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올 임단협에선 UAW는 타겟 회사를 정하지 않고 3개 제조사 모두와 각각 동시에 협상을 진행중이다. 2003년에 이어 두번째다. 이는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체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 UAW가 3개 회사 모두와 협상을 진행중이며 협상 결과가 어느 회사의 경우에도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로날드 제틀핑거 UAW 위원장이 패턴 협약을 원하고 있지만 올해는 타겟 회사가 정해졌다는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한 포드-UAW 협상 관련 소식통은 "기본 출발점은 포드가 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내용의 합의든 포드가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 업계 임단협 마감 시한은 14일. 특히 올해는 사용자 측이 신규 채용 근로자 임금 및 복지혜택 축소,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현직 근로자 건강 보험 비용 부담을 책임질 별도 기금 설립 등을 노조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회사와 노조가 공동 출연해 기금을 만들어서 건강보험 부담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다. 기금 운용은 노조가 맡게 되므로 회사는 기금 출연 이후엔 건강 보험 비용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UAW가 미국 전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의 넬슨 리흐텐스타인 교수는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엔 UAW의 협상 결과가 타 산업 노조에도 물결처럼 영향을 미쳤지만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