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토익(TOEIC) 900점대, 4점대 학점의 명문대 출신도 취업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요즘 현실이다. 하지만 ‘간판’보다 실력으로 좁은 취업문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들의 취업 비결은 뭘까. 》
“호텔서 접시 닦으며 영업 마인드도 닦았죠”
올해 6월 생활용품 전문회사 애경에 합격한 이수진(24·8월 광운대 중국학과 졸업·사진) 씨는 ‘대학 시절의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꼽았다. 그의 학점은 3점대 중반이고, 토익 성적은 공개를 꺼릴 정도다. 해외 연수 경험도 없다. 하지만 그는 졸업도 하기 전에 꼭 다니고 싶었던 회사의 ‘러브 콜’을 받았다.
“호텔 접시닦이, 편의점 판매원, 의류업체 판매원, PC방 종업원, 호프집 서빙 아르바이트, 할인점 판촉 도우미…. 노가다(막일)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아요.”
2003년 대학 1학년 때 “용돈은 스스로 벌어 쓰겠다”며 인터넷을 뒤져 찾아간 백화점 교복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다. 목소리가 굵고 거친 편인 그에게 “그 목소리로 무슨 물건을 팔겠느냐”고 교복 매장 주인은 단박에 퇴짜를 놓았다.
그는 “일단 한번 써보라”며 매달려 일자리를 구했다. 이후 일반 아르바이트 사원 급여의 1.5배를 받으며 매장을 관리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씨는 “남과 다른 목소리와 왼손잡이라는 특징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허스키한 왼손잡이 아가씨’를 찾는 단골 아주머니까지 생겼다”고 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호프집, 주말에는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그의 ‘이중생활’은 지난해 11월까지 계속됐다.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마음을 잡지 못했던 4학년을 빼고는 4점대 학점을 유지할 정도로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가 아닐까요. 남들이 공부할 때 같이 공부하고, 남들이 놀 때 일했거든요.”
그는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 속에서 미래 직업을 찾았다. 친구들이 ‘철판’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붙임성이 좋은 성격을 살려 ‘남성 일색인 영업사원에 도전해 보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
인맥도 쌓았다. 대인 관계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할인점에서 생활용품이나 식품 판촉 도우미로 일할 때 “아는 친구를 만나면 부끄럽기보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어서 반가웠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밤 12시까지 도서관에 파묻혀 살며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섰다. 한자, 컴퓨터 자격증 등도 이때 딴 것이다.
“짧은 면접 시간에 제가 가진 능력을 다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도전했죠.”
그는 올해 4월 애경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애경은 5월, 10월경 두 차례의 대졸신입사원 공채를 한다. ‘서류전형-실무 면접-인·적성 검사-임원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올해 처음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인턴십 수료자가 공채에 응시하면 임원 면접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인턴 기간이 곧 면접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경기 의정부 집에서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오전 7시까지 출근했죠.”
회사는 임원 면접에서 “무조건 합격하려고 왔다. 떨어뜨리면 후회할 것이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그를 선택했다. 이 씨는 요즘 애경의 대졸 출신 최초의 여성 영업사원으로 활약 중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인사 담당자 한마디
애경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직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인재를 원한다. 이수진 씨는 두 달간 인턴으로 일하며 ‘영업이 나의 천직이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대학 시절부터 영업 전문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단점인 ‘허스키한’ 목소리를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로 만드는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