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원인 김모(31) 씨는 이미 가입했던 퇴직보험을 최근 퇴직연금 펀드로 전환했다. 그는 “증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퇴직금을 직접 펀드에 넣어 불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과 함께 퇴직연금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후자금에 대한 고민이 커졌지만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인 은행 예금 금리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펀드 운용자산 급증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현재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이 운용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1조4764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의 7568억 원보다 2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펀드는 지난해 12월 729억 원에서 올 7월 1911억 원으로 늘어 전체 증가율을 앞섰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과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연금은 보험이나 펀드, 예·적금, 채권 등에 투자 운용되는데 펀드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펀드는 은행 이자에 비해 큰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원금을 잃을 위험도 있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회사가 운용하는 DB는 주로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지만 개인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펀드에 넣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노후 대비해 장기 투자를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설정된 퇴직연금 펀드(12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3.7∼26.6%로 주식 비중이 60%가 넘는 주식형 펀드 391개의 평균 수익률(44.83%)보다 다소 낮았다.
그러나 조정 장세를 보였던 최근 1개월간의 수익률은 ‘삼성퇴직연금배당40혼합자1 펀드’(0.98%) 등 3개 펀드가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0.66%)을 앞섰다. 퇴직연금 펀드는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혼합형 펀드이기 때문이다. ‘성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성’은 높은 셈이다.
퇴직연금 펀드는 일반 펀드처럼 퇴직 이전에도 환매할 수 있지만 55세 이상으로 10년 이상 불입하지 않으면 환매할 때 적립금 전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펀드는 노후를 대비해 장기 투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삼성투자신탁운용 김성준 선임연구원은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퇴직연금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