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에 배우의 콘택트렌즈가 빠져 바닥을 기며 렌즈를 찾아 헤매고, 등장할 때 ‘큐’ 사인을 놓쳐 나가지 못하고, 감정싸움으로 배우들이 등장 직전에 분장실로 들어가 버리고….
관객들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고 즐길 뿐이지만 실제 연극이 진행되면서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또 하나의 연극처럼 숨 가쁘게 펼쳐진다.
25일 막을 올리는 ‘노이즈 오프(Noises off·사진)’는 관객들이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다. 극중극인 ‘낫씽 온(Nothing on)’의 마지막 리허설부터 첫 공연까지를 다룬 이 작품에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공연을 올리며 일어나는 일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전체 3막으로 구성된 이 공연에서 1막은 제대로 연습조차 되지 않은 공연의 최종 리허설 현장이, 2막에서는 연습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배우들의 무대 뒤 이야기가, 3막에서는 2막을 바탕으로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공연의 모습이 코믹하게 담긴다.
특히 2막에서는 2층짜리 무대 세트가 180도 회전하고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관객들은 아수라장이 된 무대 뒤의 일들을 마치 영국 TV프로그램 ‘빅 브러더’에서처럼 빠짐없이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연극 무대에서는 어떨까?
연출을 맡은 서재형 씨는 “관객은 모르겠지만 무대 뒤에서 이런 아수라장이 펼쳐지지 않는 연극은 없다”며 “제작 과정에서 의견 다툼 때문에 험한 욕설이 오가고, 배우가 대사를 까먹어 상대 배우가 애드리브를 치는 등의 ‘노이즈 오프’에서 나오는 해프닝은 친숙하다”며 웃었다.
영국 극작가 마이클 프라이언의 희곡 ‘노이즈 오프’는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돼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 올해는 초연 배우였던 송영창, 안석환 외에 양택조, 남명렬 등이 가세했다.
초연 때보다 대사는 줄이고 코믹한 몸짓을 늘려 더 큰 웃음을 자아낸다. 서 씨는 ‘죽도록 달린다’ 등으로 주목받은 젊은 연출가다. 서울 동숭아트센터 25일∼11월 11일. 3만∼4만 원. 02-501-7888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