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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우주인 고산 씨…3만6206 대 1의 별을 따다

입력 | 2007-09-06 03:02:00

5일 러시아 모스크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 우주인 선정서 수여식’에서 탑승 우주인으로 선정된 고산 씨(왼쪽)와 예비 우주인이 된 이소연 씨가 활짝 웃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어 구사 능력’과 ‘생존 능력’이 두 도전자의 운명을 갈랐다. 5일 최종 평가작업에 참여한 우주인선발협의체의 한 위원은 “두 후보 모두 훈련에 적극 참여했고 평가 결과도 엇비슷해 선정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3만620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우주인이 된 고산(31) 씨가 내년 4월 우주 임무를 무사히 마치면 한국은 우주인을 배출한 36번째 나라,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수행한 11번째 나라가 된다.》

○ 박빙(薄氷)의 승부

지난해 12월 25일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고 씨와 이소연(29) 씨는 우주인 훈련이 시작된 3월부터 지금까지 러시아어 숙달 교육, 체력 강화 훈련, 이론교육, 수중 생존훈련을 함께 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 왔다.

고 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수중 생존훈련을 포함해 러시아 현지 훈련 과정을 거치며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씨 역시 뛰어난 이해력, 활발한 대인 관계를 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 ‘탑승권’은 침착한 성격과 강인한 체력, 러시아 우주인과 친화력이 좋은 고 씨에게 돌아갔다.

고 씨는 평소 운동과 등산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 2004년 히말라야 파미르 고원에 위치한 해발 7546m의 ‘무스타그아타’봉을 등반했으며 같은 해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 두 사람 모두 승자

선발 직후 고 씨는 이 씨에게 “혼자였다면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유인우주 개발을 함께한 개척자요, 동반자로 같이 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도 “탑승 우주인이냐, 예비 우주인이냐에 연연하지 않으며 멋진 우주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축구 경기처럼 멋진 어시스트를 하는 예비 우주인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우주에 다녀온 뒤에도 2년 이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원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최기혁 항우연 우주인사업단장은 “우주 임무 수행 후 두 사람 모두 선임연구원급으로 승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후보 선발 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이었으며 이 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디지털 나노구동연구단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그러나 실제 우주에 다녀온 고 씨와 예비 우주인인 이 씨의 향후 활동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고 씨에게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고 씨에게는 광고 출연 요청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영하 40도 견디는 생존훈련

이달부터 고 씨는 탑승 우주인 신분으로 내년 4월 발사 때까지 러시아 우주인과 팀을 이뤄 실전 훈련에 돌입한다. 특수 항공기를 타고 무중력 상황을 견디고 자기 몸무게의 8, 9배나 되는 중력을 이기는 지옥훈련을 받는다. 내년 2월에는 시베리아에서 영하 40∼영하 30도를 견디는 겨울철 생존훈련도 받는다.

이 씨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 씨와 같은 종류의 훈련을 받는다. 만일 고 씨가 훈련 중이나 발사 직전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이 씨가 대신 우주선에 탑승한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고산 씨 “피터팬 된 기분” ▼

첫 한국 우주인에 선발된 고산 씨는 5일 오후 1시 30분(현지 시간 오전 8시 30분) 러시아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 우주인 선정서 수여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주 공간에서 좋은 실험 결과를 얻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주인 탑승자로 선발된 소감은….

“책임감이 크다. 한국의 우주 개발 발전을 위해 우주인 선발이 한 명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을 계기로 모두가 우주선 발전에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한다.”

―무중력 훈련을 통해 무엇을 느꼈나.

“무중력 상태에서는 다른 나라에 간 ‘피터팬’이 된 기분이었다. 지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우주 비행을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학교에서 배운 컴퓨터 비전 분야의 연구를 행성탐사 로봇이나 우주 수리 로봇의 연구에 접목해 한국이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

―떨어진 이소연 씨에게 한마디….

“이 시간 가장 힘든 사람이 이소연 씨일 것 같다. 나 혼자였다면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경쟁자이기 전에 한국의 유인 우주 개발을 함께한 개척자, 동반자로 오랫동안 잘 지냈으면 좋겠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