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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동 재개발 땅 1년만에 90%나 사들여…

입력 | 2007-09-06 03:02:00


허가 어려운 ‘주거지역 50층아파트’ 계획도

“구청장에게만 돈 줬겠나” 의문 갈수록 커져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41) 씨는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개발 시행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허가가 어려워 보이는 건축계획안을 제시하거나 고위층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 씨는 연산동 개발 사업의 시공사인 P사와 손을 잡기 전인 지난해 초 도급순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건설사들에 사업 참여를 타진했다.

당시 김 씨가 내놓은 사업계획은 3종 일반주거지역인 연산8동 8만8740m²에 50층짜리 5, 6개 동(棟)을 올려 1440채를 짓겠다는 것. 하지만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에 이 정도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5일 “용지 옆에 온천천이 있어 사선(斜線)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부산의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의 최고 높이가 30층 정도인데 어떻게 50층을 올리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 3월 김 씨가 사업제안을 하겠다고 찾아왔을 때 사업 자체보다는 ‘A사 사장과 잘 안다’는 등 주로 자신의 인맥을 과시해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 용지를 사들이기 시작한 2005년 상반기부터 불과 1년 만에 사업 예정지의 90%를 매입했다. 반면 현장에서 2km가량 떨어진 GS건설의 아파트 사업장 내 토지 매입 작업은 2001년부터 시작돼 5년이 지난 지난해 겨우 마무리됐다.

B사 관계자는 “김 씨는 노후주택 한 채를 사면 바로 철거해버렸기 때문에 옆집 소유주가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내면 해당 구청이 제동을 걸기 마련인데 김 씨는 토지 매입과 철거를 속전속결로 처리해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6월 30일 사업 관련 인허가의 최종 책임자인 이위준 연제구청장에게 접근해 뇌물을 건네려 했던 것도 이런 정황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주거 지역에 들어서기 불가능한 층수의 아파트 건설계획을 성사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 제기를 무마하기 위해선 관련 공무원들의 협조가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기대수익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체가 어느 정도의 로비를 수반하는 사업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이 구청장이 거액의 현금을 받기 전날인 6월 29일 연제구는 김 씨가 개발 사업을 위해 부산시에 제출한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해 검토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사업과 관련해 김 씨가 청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연제구는 이 검토의견에서 김 씨가 실소유주인 I건설이 신청한 용적률 291.85%를 285%로, 층수제한은 평균 37층에서 평균 35층으로 각각 소폭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김 씨가 연제구청 이외에 최종 사업승인권을 가진 부산시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것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연제구 등의 관련자들을 소환해 김 씨의 금품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수사 여하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끝은 부산시 등 인허가 라인 전반으로 확대돼 부산지역 정관계에 사정한파가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