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9월 새 학년을 맞아 전국 85만 교사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한 통씩 띄웠다.
프랑스 제3공화국(1870∼1940)에서 초등교육의 의무화와 세속화 원칙을 확립한 1883년 당시 쥘 페리 교육부 장관의 ‘교사들에게(Monsieur l'Instituteur)’로 시작되는 서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편지에서 권위가 선 학교의 회복을 교사들에게 당부하면서 1968년 5월 시위가 프랑스 학교에 남긴 폐해를 암묵적으로 비판했다.
“학생은 교사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예전에는 교육의 중심에 지식만 있고 아이들의 인격은 없어서 문제였는데 최근 수십 년간은 정반대로 교육의 중심에 지식은 없고 아이들의 인격만 있다” “학생 각자에게 최대를 주는 대신 최소만 주는 교육이 됐다” 등.
사르코지 대통령은 무엇보다 교사의 권위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교사가 교실에 들어올 때 학생들이 일어서서 존경심을 표하는 학교’ ‘학생들이 예절과 참을성 그리고 관용을 배우는 학교’ 등을 언급하면서 “교실에서의 새로운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상의 직업이었던 교사의 직책이 교실에 폭력이 들어온 이후 힘들어지고 볼품없어졌다”면서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교육 방식에 좀 더 많은 자율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나치고 설익은 실무교육의 강조가 교양교육을 후퇴시켰다”며 교양교육이 다시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민층이라고 해서 겨우 읽고 쓰고 셈하는 것만 가르치면 된다는 것은 그들에겐 경멸이나 다름없다”라며 “지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을 대립시키지 말고 프랑스 철학 과학 문학에 나타난 명쾌한 사고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당부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학군제 폐지, 2개 외국어 의무 교육, 통합중학교 개혁 등 중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안도 잊지 않았다.
대통령이 교사들 앞으로 편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책보좌관인 앙리 가이노, 도미니크 앙투안 씨 등의 도움을 받아 쓴 이 편지를 일일이 교사 각 개인의 집으로 보냈다. 우표값만 50만 유로(약 6억 4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