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앵커가 최근 ‘도전과 열정이 나를 만든다’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김 앵커는 어린 시절 갑자기 기울었던 가정 형편 이야기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 입사 후 겪었던 힘겨웠던 일들을 공개하며 진솔한 시간을 만들었다.
“처음엔 MBC에서 인정 받지 못하던 사원이었다”고 말문을 연 김 앵커는 회사에서 받은 세 번의 상처(?)에 대해 털어놨다.
입사 동기들이 굵직한 프로그램을 맡으며 선전할 때 외주제작사가 만드는 작은 프로그램에 리포터로 발탁, 일주일에 4일 이상 산으로 바다로 지방을 뛰어다녔던 김주하.
현장 출발 전에 도서관을 뒤져 책 한 권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 가고, 멘트 준비는 물론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취재 거리를 찾기 위해 발 품을 팔고, 벌레에 물리고 성게에 찔리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만족감에 마냥 행복했다고.
그렇게 바쁘던 어느 날.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조용해지며 사라졌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향후 10년까지 MBC를 먹여 살릴 인재들’이라는 사고(社告)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입사한 동기 2명의 이름이 포함된 그 종이에는 자신만 쏙 빠져있었다.
더욱이 어느 날 홍보실 직원이 “ ‘동기들은 잘 나가는데 혼자 소외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 ‘난 정말 그 생각 안하고 열심히 일하려 하는데…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제가 답을 ‘진짜요?’라고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주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회사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일만 했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방법은 최선 밖에 없다’고 생각을 다잡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는 영화 퀴즈 프로그램 MC로 발탁됐을 때는 제작 스텝은 물론 출연 게스트들에게도 괄시를 받았다.
“가뜩이나 불만이 많던 프로그램 스텝들이 제가 딱 나타나니까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현하셨다. 미스코리아 출신이었던 전 MC에 비해 수더분한 제가 와서 황당해하셨다. 게스트들도 무시했다. 혹여라도 멘트 실수를 하면 ‘다시 합시다’ 해도 좋을텐데 ‘집에 언제 가란 말이야’라고 신경질을 내셔서 많이 서러웠습니다.”
퀴즈 프로그램이기에 별다른 대본도 없고, 무조건 퀴즈에 나오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는 김주하. 2주 분량을 하루에 녹화하기 때문에 보통 이틀에 20편 안팎의 영화를 봤다.
동네 비디오 가게 아저씨의 도움 속에 시간을 쪼개 무조건 영화를 보다 보니 나중에는 작가들이 도움을 청하는 반대 현상까지 만들어졌고, 결국 아침 뉴스 타임 앵커로 발탁 돼 그만 두게 될 때는 스텝들의 눈물 겨운 환송을 받았다고.
“사기를 당해 부유하던 집이 한 순간에 무너진 이후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김주하는 앞으로의 꿈에 대한 질문에 상기된 어조로 말했다.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뉴스 속에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기자로 전직했습니다. 이는 또 다른 꿈을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서…. 또 다른 꿈을 향해 갈 수 있어서…”
스포츠동아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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