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을 둘러싼 대만과 중국, 미국의 마찰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 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대만의 어떤 독립시도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후 주석은 이날 호주에서 화교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이 대만 명의로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독립을 위한 분열 행동에 해당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대만의 유엔가입을 위한 국민투표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 주석은 이어 6일 호주 시드니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중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강조한 뒤 미국의 지지를 당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만의 유엔가입을 위한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중국의 잇따른 경고와 중-미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를 강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민진당은 대만의 방침에 중-미 양국 정상이 공동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알려지자 5일 긴급 중앙상무위원회를 열고 장쥔숭(張俊雄) 행정원장을 중심으로 한 '중-미 정상회담 긴급대응 소조'를 구성키로 결의했다.
천 총통은 앞서 4일 총통부에서 장 행정원장과 황즈팡(黃志芳)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 고위급 회의'를 열고 대만 독립 문제와 관련해 중-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각종 예상 안을 놓고 대응책을 숙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의원들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총통은 6일 밤에는 미국의 친 공화당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주요 인사들과 1시간 반 가량 화상으로 토론하면서 "대만의 유엔 가입은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 상태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중국 대륙 언론은 이날 "천 총통이 유엔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놓고 안에서는 독립을 위한 것이라고 하고 밖으로는 독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등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