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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의 소란 마케팅

입력 | 2007-09-06 21:25:00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 등 한나라당 정치인 4명을 오늘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정치공작의 몸통으로 청와대를 지목한 것은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대선을 100여 일 앞에 두고 야당 후보를 고소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법적 대응 형식을 빌린 선거 개입의 혐의가 짙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후보가 거짓 주장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도덕성 검증 요구와 불법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야말로 비겁하고 낡은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이 후보의 불법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재앙”이라고 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 공무원들이 야당 후보를 겨냥해 할 말 못할 말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 측의 방어적 공세에 고소부터 하고 나선 것은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배후설’의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추정할 만한 정황은 많다. 국세청은 이 후보와 그의 친인척 재산상황 등을 조사했고, 국가정보원은 이 후보에 대한 뒷조사를 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정부 산하기관이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관한 부정적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냈다. 권력기관이 몰래 야당 후보의 뒤를 캔 것은 누가 봐도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방조한 책임은 있다. 이쯤 되면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공작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수사가 아닌 유권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이라면서 “청와대 관계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야 할 쪽은 오히려 청와대라는 것이다. 국내외 판례는 정부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한다. 공직에 대한 명예훼손은 여간해서 인정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대통령 주변 인물의 권력형 비리 연루 의혹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소란 마케팅’으로 타개하려는 모양새다. 40여 일간 침묵하던 노무현 대통령도 다시 막말을 쏟아 내고 있다. 정치적 노림수의 고소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