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 고 영 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잘 노시라고
떡갈나무 푸른 잎을 슬쩍 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
- 시집 '귀현리에서 관동리로'(경남) 중에서》
맴 맴 맴- 한낱 노래하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저들도 생애의 대부분을 어둠 속에서 광부처럼 땀 흘리며 보냈다. 제 몸의 노예를 벗어나려고 죽음 같은 허물을 벗어던진 이들의 전언이다. 매미들이 외친다. 삶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라고. 노래하라는 것이 마냥 방일(放逸)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래하는 주인'이 되고, '노동하는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