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무기 도입과 방위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청장 이선희)의 전 핵심 간부가 고위층의 무능과 인사 전횡, 조직 내 폐해를 비판하는 책을 펴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방위사업청 개청에 참여한 준비위원 출신의 일부 고위층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로 업무를 제대로 보지 않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에서 기동전력사업부장을 지내고 전역한 이경재(육사 31기) 예비역 준장은 최근 펴낸 ‘획득기획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에서 국방개혁이라는 가시적 성과에 급급해 충분한 검토 없이 신설된 방위사업청이 고위층의 무능과 전문성 결여로 많은 문제점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기동전력사업부장은 전차와 장갑차 등 육군 기동전력의 도입과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요직 중 하나다.
그는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고위층에 임명돼 업무를 맡다 보니 예산 낭비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며 “일부 무능력한 고위 인사는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해 그 결과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위층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 청와대 등 상급기관으로 책임을 미루는 등 고위 공직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기만과 위선을 표출했다”며 “이들 때문에 조직의 위상이 추락했고 개청 목표인 전문성도 허황된 구호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 개청 준비위원 출신 고위직들이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개청 초기 상부의 비호 아래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추종자들을 앞세워 이의를 제기하는 구성원을 ‘반(反)개혁세력’으로 폄훼했다”며 “일부는 이에 편승해 고위직을 보상받은 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유능한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업무 추진 과정의 폐해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의사 결정은 각종 위원회를 거쳐 이뤄져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없다”며 “그 때문에 대부분의 위원회 참여자는 주요 사업의 검토를 등한시하고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측은 이 씨가 개인적 감정으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고 반박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요직을 지낸 인사가 몸담았던 조직을 비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