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을 찾도록 오리엔티어링과 F1 파워보트 그랑프리 등 다양한 이색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5월 3일 열린 ‘한강횡단 제1회 세계 줄타기 대회’에서 한국의 줄타기 명인 권원태 씨가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5월 초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는 색다른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한국 고유의 줄타기를 변형시킨 ‘한강 횡단 제1회 세계 줄타기 대회’.
한강 위에 설치된 1km의 줄을 철봉 하나에 의지한 채 빨리 건너는 것으로 순위를 가리는 이색 스포츠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 3일 동안 모두 5만여 명의 관중이 모였다.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AP, AFP, 로이터, CNN, 뉴욕타임스 등 외국 유수의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장생 역)의 외줄타기 대역을 맡았던 권원태(40) 씨를 비롯해 9개국 18명의 줄타기 명인이 참가해 경합을 벌였다.
종전까지 줄타기 횡단 세계기록은 622m. 서울시는 세계 기네스협회에 한강 횡단 줄타기 대회의 1km 기록을 세계 기록으로 인증해 달라고 요청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9월에 제2회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내년에도 이 줄타기 대회처럼 시민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이색 스포츠 행사를 몇 개 더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우선 서울시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내년 7월 23일부터 30일까지 8일간 ‘아시아태평양 오리엔티어링 선수권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오리엔티어링 국제대회가 열린 적이 없다.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은 지도와 나침반만 사용해 몇 개의 정해진 지점을 거쳐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능력을 겨루는 경기.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야외 스포츠로 유럽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오리엔티어링은 주로 산이나 들 등 자연 속에서 하지만 서울시는 도심 속 오리엔티어링을 계획하고 있다. 5개 코스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이며 한강, 청계천, 남산 그리고 대형 건물 등이 코스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또 한강에서 ‘F1 파워보트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배기량 2000∼3600cc의 보트가 참가하는 F1 파워보트 그랑프리는 ‘물 위의 F1(포뮬러원 자동차 경주)’으로 불린다. 이 경주에 쓰이는 파워보트는 출발 후 3.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최고 시속은 250km에 이른다.
국제파워보트연맹(UIM)은 전 세계를 돌며 매년 12∼14회 F1 파워보트 그랑프리를 연다.
이 대회는 85개국에 위성 중계돼 8억 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에서는 2004년 미사리에서 대회가 한 번 열린 적이 있다. F1 파워보트 그랑프리 유치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서울시는 스폰서를 구하고 있다.
이 밖에 서울시는 내년 2월 목동에서 ‘피겨요정’ 김연아, 아사다 마오(일본) 등 피겨스케이팅 스타들이 참가하는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개최한다. 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 여자 비치발리볼 월드투어’를 유치할 계획이다. 5월 중순에는 ‘세계 여자 스쿼시 대회’, 9월에는 ‘월드컵 트라이애슬론 대회’도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이미지에 맞는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발하고 유치해 서울을 경쟁력 있는 스포츠 관광 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