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크고 작은 항구가 존재했던 항구도시다. 하지만 이제 자연적으로 생겨난 항구들이 거의 사라졌다.
화수부두 역시 포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쇠락해 가고 있다.
마을을 들고나는 길이 하나밖에 없으며, 택시운전사도 잘 모르는 동네의 사방이 공장으로 둘러싸이고 철가루와 공해 속에 절어 가는 인천 동구 화수동 7번지.
1m 폭의 골목을 가로질러서 공중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고, 독거노인들이 마을의 중심을 이룬다. 그래도 문을 열어 힘에 부친 서로의 삶을 보듬고 위로하는 곳이다.
그런 화수부두를 사진그룹 ‘이마고’가 수년간 드나들며 주민들과 얼굴을 익히고 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모아 1년 중 가장 물이 많이 드는 음력 7월 백중사리 기간에 ‘도시 속의 섬 이야기’란 이름으로 작은 마을축제를 열었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25∼28일 저녁 시간에 축제가 이어졌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화수부두의 풍광과 주민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생활상을 작가들이 따뜻한 눈으로 들여다보고 펼쳐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정리 정돈해 멍석을 깔았고, 예술가들이 그 공간을 채워 함께 보고 즐기는 나눔의 미학을 실천했다.
비록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한순간이나마 주민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아가 낙후된 이 지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다. 1년 내내 지자체들은 이러저러한 축제들을 마구잡이로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적 수지타산이 섬세히 배려되지 않은 행사는 그 주체라 할 수 있는 지역민들에게 그저 피곤함을 안겨 줄 뿐이다.
전문인들을 키우지 못한 현실에서 상업적 기획사가 주도하는 행사는 전국 어디서나 천편일률적 내용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사진그룹 이마고의 ‘도시 속의 섬 이야기’라는 화수부두 작은 마을축제는 지역민과 예술인들이 더불어 만든 자생적 축제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작지만 올곧은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에 내용 없이 덩치만 키우는 우리의 문화 예술축제들이 반성적으로 연구 분석할 소중한 자료를 남겼다고 할 수 있겠다.
박황재형 갤러리 ‘몽떼’큐레이터 pahw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