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이폰 열풍’이 이제는 끝난 것일까?
애플이 5일 전격적으로 휴대전화 아이폰 가격을 200달러(약 19만 원) 내린다고 발표하자 아이폰의 인기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이날부터 8기가바이트(GB) 아이폰 가격을 599달러에서 399달러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가격 인하에 대해 “그동안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좀 더 많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달 말까지 100만 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격 인하를 발표한 당일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7.4달러 떨어진 주당 136.76달러에 마감됐다.
월가에선 최근 들어 아이폰 판매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현재 정확한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까지 판매된 아이폰이 60만 대에 그쳤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6월 아이폰이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 월가 일각에서는 일주일 안에 5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한 점에 비춰 보면 이 같은 실적은 충격적이다.
미국 언론에 ‘아이폰 품절사태’가 경쟁적으로 보도된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기자는 뉴욕 맨해튼 소호에 있는 애플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애플 매장에선 아이폰을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경쟁업체들은 초기부터 “미국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소비행태로 볼 때 600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휴대전화는 판매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고가 시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고민은 아이폰 판매를 늘리기 위해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처럼 가격을 지속적으로 내리기 힘들다는 점. 다른 회사들은 고가 휴대전화를 내놓은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격을 추가로 인하한다. 그런데 애플은 아이팟이 있다. 아이폰이 아이팟의 주요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 가격을 너무 낮추면 아이팟 판매가 감소할 수 있다.
애플의 공식 목표는 내년까지 아이폰을 1000만 대 판매하는 것이다. 과연 애플이 이 목표를 달성할지 아니면 휴대전화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차지하는 데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