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계 웃고 제약-바이오 울고
미국 하원이 기존 특허 사용의 엄격한 제한을 완화하고 특허소송의 남발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50년 만에 대대적으로 이뤄진 이번 특허법 개정에 따라 원천기술의 개발과 응용을 둘러싼 기업 간 역학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은 7일 전체회의에서 찬성 220표, 반대 175표로 특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몇 주 안에 상원에서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특허출원은 더욱 까다로워지는 반면 특허권에 대한 이의 제기는 쉬워진다. 또 ‘처음 개발한 사람’이 아니라 첫 출원자에게 특허권을 인정한다. 특허 침해의 경우 보상 범위도 제한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제조업자가 다른 회사의 특정 칩 원천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을 경우 과거에는 컴퓨터의 가치 전체를 기준으로 보상금액을 계산했지만 이제는 사용된 칩의 가치로 금액을 한정한다.
법안 통과를 가장 환영한 것은 정보기술(IT)업계와 금융업계. 수백 가지 특허를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수시로 응용하는 업계 특성상 지나치게 엄격한 특허 규제는 최첨단 산업 발달을 저해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해 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화이자나 다우케미컬 등 특허를 많이 보유한 제약, 바이오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정안이 특허 보호를 약화시켜 거액의 투자금과 시간이 들어가는 특허개발의 의지를 꺾어 버릴 위험이 높다는 것.
데이나 로러배커 하원의원은 “개정안은 특허 도둑들에게만 횡재”라며 “미국의 특허를 노리는 외국과 국내의 도둑 기업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