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후보 5명이 연일 TV토론회, 정책토론회, 합동연설회 등을 통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그 양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한 손학규 씨를 쓰러뜨리기 위해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4명이 연합전선을 펴는 듯하다. 그것도 건전한 정책 대결이 아니라 만날 똑같은 정체성 시비만 걸고 있다.
4명이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손 씨의 한나라당 탈당 이력(履歷)이다. 그가 한나라당에서 14년간 단물을 빨다 경선에서 승산이 없을 듯하자 떠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통합신당 사람들도 그것을 모르고 손 씨를 받아들인 게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그 일을 계속 들추어내는 것은 결국 손 씨를 범여권 경선의 ‘흥행용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손 씨가 ‘원칙 있는’ 대북(對北) 햇볕정책을 주장하고, 남북 정상회담의 대선 이용에 반대하는 것까지도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더는 5·18 광주정신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광주를 털어 버리고 더 넓은 곳을 향해 힘차게 나갈 때 광주정신은 더 빛날 것”이라는 손 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광주 모독’ 운운하는 공세를 펴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건만 그 의미를 왜곡하며 트집 아닌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손 씨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정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멀쩡한 당의 간판을 내리고 오직 ‘반(反)한나라당’ 깃발 아래 이념도 비전도 불분명한 잡탕정당을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가. 줏대나 체면도 없이 북의 눈치나 살피고, ‘광주의 상처’에 새 살이 돋도록 보듬기는커녕 정략적 이용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매사에 정정당당해야 한다. 스스로는 내놓을 치적이 없으니 지지도에서 앞선 사람 딴죽이나 걸고, 호남에 영향력이 큰 전직 대통령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겠다는 행태로는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