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면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경영 활동과 내부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CSR는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의무’다.
CSR를 기부 등 단순히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 본다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CSR를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면 ‘사회책임’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저서 ‘필립 코틀러의 CSR 마케팅’(리더스북)에서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한다.
아기가 엎드려 자다 질식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기 똑바로 눕혀 재우기’ 캠페인을 벌이고 관련 로고를 기저귀에 찍어 판매한 P&G, 도로변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자동차에 비치할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고 관련 포스터를 매장마다 붙인 세븐일레븐 등이 좋은 예다. 카드 사용 금액의 일정 부분을 자유의 여신상 복원 공사에 지원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낡은 컴퓨터를 가져오면 컴퓨터 가격을 할인해 주고 낡은 컴퓨터는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한 델 컴퓨터도 성공적인 CSR 마케팅을 벌인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덕분에 이들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투자자를 모으기도 수월해졌다. 게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까닭에 이들 기업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모든 CSR 마케팅이 좋은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담배 회사가 청소년 흡연 방지 캠페인을 벌인다면 이를 순수한 선의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CSR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기업이 보유한 판매 채널을 활용할 수 있거나, 생산 제품이나 서비스 등 관련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를 전문적으로 진행할 인력을 확보하거나 역량을 지닌 외부 단체와 협력해야 한다.
‘착한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는’ 이 시대에 기업들은 ‘똑똑하게 착해지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