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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흔든 ‘英소녀 실종’ 부모 자작극?

입력 | 2007-09-12 03:01:00

교황까지 만났는데… 게리와 케이트 매캔 부부가 올해 5월 30일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고 실종된 딸 매들린의 사진을 보여 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영국 소녀 실종 사건은 부모의 자작극일까.

올해 5월 포르투갈 휴양지에서 실종된 영국의 네 살배기 소녀 매들린 매캔 양의 살해 용의자로 소녀의 부모가 지목돼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39세 동갑내기 의사 게리와 케이트 매캔 부부는 5월 3일 포르투갈 휴양지 알가르베의 프라이아 다 루즈 오션클럽에서 매들린을 잃어버렸다.

평범한 소녀의 실종 사건은 이들 부부가 교황 베네딕토 16세,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을 만나 이들의 지지를 얻어 내면서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그러나 현지 경찰이 지난 주 매캔 부부를 24시간 넘게 조사한 뒤 이들을 공식 용의자로 발표하면서 이 사건은 커다란 반전을 맞았다. 부부가 매들린 실종 후 25일쯤 지나 현지에서 빌린 자동차에서 핏자국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포르투갈 언론들은 “자동차에서 발견된 혈흔의 DNA 샘플이 매들린의 것과 100% 일치한다” “엄마 케이트가 아이들에게 공격적이었고 때로는 통제하기 힘들 정도였다”며 매캔 부부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잇달아 보도했다.

포르투갈 경찰은 DNA 관련 보도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11일 부인했다. 그러나 실종 사건이 발생한 알가르베 현지 경찰은 매캔 부부가 우발적으로 매들린을 살해한 뒤 시체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매캔 부부는 “우리는 결백하다. 포르투갈 경찰은 잃어버린 매들린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법의학 전문가 데이비드 바클레이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에서 발견된 혈흔은 매들린의 두 살배기 쌍둥이 동생들의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형제자매의 경우 DNA 지표 20개 가운데 최대 15개까지 일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르투갈 검찰은 이날 경찰로부터 매들린 실종 사건과 관련한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매캔 부부의 형사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매캔 부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 자료가 충분할 경우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는 매캔 부부를 소환해 체포할 수도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