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의 ‘람보 슈터’ 문경은(36)은 이번 주 시작된 미국 포틀랜드 전지훈련에서 자신의 인기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을 떠나 중간 기착지인 시애틀로 향하는 항공기 안에서 30대 여성들에게서 “예전에 정말 좋아해서 쫓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인 공세에 시달렸다.
시애틀 공항과 포틀랜드의 한국 식당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쏟아졌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겼는데도 여전히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게 과분하다는 게 그의 얘기.
“프로 출범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저를 비롯해 이상민, 우지원 등 1990년대 농구대잔치 출신 스타들을 기억하는 팬이 많아요. 그만큼 요즘 대형 선수가 안 나온 것 같아 아쉽지요.”
연세대 90학번인 문경은은 올해 초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혀 SK에 입단한 막내 김태술(23)과는 열세 살이나 차가 난다. 김진(46) SK 감독과는 이보다 적은 10년.
띠 동갑도 넘는 까마득한 후배들과 뛰고 있는 문경은은 호텔 숙소도 선수로는 유일하게 독방을 배정받을 만큼 예우를 받는다.
문경은은 팀 내 맏형이지만 특유의 달변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선후배 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11일 포틀랜드 도착 직후 야간에 실시된 2시간 가까운 첫 훈련에서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슛을 던져도 다 들어간다”고 너스레를 떨며 후배들을 웃겼다.
SK와 2009년까지 계약한 문경은은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즐겁게 해야죠. 괜히 나이 많다고 무게 잡을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SK가 최근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기에 남은 두 시즌 동안 꼭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
포틀랜드가 속한 오리건 주에는 아름드리 상록수가 많아 자동차 번호판마다 푸른 나무가 그려져 있다. 세월을 뛰어넘는 문경은도 ‘만년 청춘’처럼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