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토론회’?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특수목적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참석자가 적어 빈자리가 많았다. 김재명 기자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12일 내놓은 특수목적고 개선방안은 특목고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며 특목고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가 특목고, 특히 외고를 사교육 주범으로 지목하고 특목고를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교육인적자원부와 교감 아래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고가 사교육 주범?”=토론회 주제발표자인 강영혜 KEDI 교육제도연구실장은 KEDI가 2006년 12월∼2007년 1월 외고 합격자 19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특목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실장은 설문조사 결과 △합격자의 60.3%, 수도권 외고생의 83.4%가 중학교 3학년 때 사교육을 받았고 △외고 진학 동기가 우수한 교육환경(67.2%)과 명문대 진학(49.4%) 등이며 △외고생의 49.4%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고생과 일반고생의 국어 성적을 비교한 결과 외고생의 성적이 다소 높았지만 좋은 배경의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일 뿐 외고의 교육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KEDI는 “특목고는 우수한 교육환경과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이 사교육을 받아야 입학하는 입시기관”이라고 주장했다.
KEDI는 특목고를 특성화학교로 전환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해 재지정하거나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학교는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EDI는 특목고 신입생은 학업 성적보다 동일계 진학 희망자 위주로 뽑고,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지망자 중에서 추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학 예술 체육 분야 특성화고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영재교육기관으로도 지정하고, 국제고는 외국인이나 외국에 5년 이상 체류한 학생을 50% 이상으로 맞출 것을 제안했다.
특성화고와 특수목적고 비교항목특성화고특수목적고정의·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 및 체험 위주의 교육 실시·국가 기간산업 등 특수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지정 목적·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 ·특수 분야의 전문 교육지정자·교육감·교육감(교육부와 사전 협의)지정 내용 및 분야·학교명, 설치학과, 학급수, 학생모집지역 및 적용 시기 등(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특정 분야·기계 전기 전자 건설 등 공업계열 고교·농업자영자·수산자영자, 선원·과학, 어학영재 ·예술인, 체육인·국제관계 또는 외국의 특정 지역에 관한 전문인외고의 특성화고 전환 시중국어, 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 전문학교. 어문계열 진학 목적으로 제2외국어 심화교육 강화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가르치고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는 학교. 동일계열 이외의 전형에도 지원할 수 있음.
▽특성화고 전환과 문제점=특목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라는 것은 사실상 ‘외고 죽이기’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일계 대학 진학률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지정을 해제한다는 것은 외고가 동일계 이외의 입시 교육을 하면 곧바로 퇴출하겠다는 뜻이다.
외고가 특성화고가 되면 인터넷고, 애니메이션고처럼 제2외국어만 집중적으로 가르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과목 심화학습을 교과과정에 편성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동일계 진학만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특목고에 우수 학생이 몰리고, 고교가 서열화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당국의 의도다.
평준화제도 때문에 학교 선택권이 없어 학생들이 소수의 특목고에 몰리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문제점은 덮어 두고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했다는 비판이 많다.
경남대 김성열(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의지와 수월성 교육 등 외고에서 배울 점이 많은데 이를 죽이려 한다”며 “특목고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지방자치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거 자료 신뢰도 문제 있어”=토론회에서는 연구의 오류 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일반고 학생들도 대부분 사교육을 받는 실정에서 일반고와의 비교 없이 특목고만 사교육 진원지로 규정한 것은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참석자들은 “외고생의 사교육비 지출 현황은 일반고 상위권 학생과 비교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격차를 부각하기 위해 읍면지역 일반고까지 비교 대상에 넣었다”는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고양외고 강성화 교장은 “외고는 일반고에 비해 국어 수업 시간이 적은데 외국어가 아닌 국어 성적으로 외고를 폄훼하는 등 객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