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치 공백을 줄이기 위해 후임 총재를 서둘러 뽑을 것을 자민당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사임 이유로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급유활동을 하는 데 근거가 되는 법률인 테러대책특별조치법(테러특조법) 연장 문제를 들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법의 연장을 위해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급유활동은 국제적인 공약이므로 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총리가 민주당을 설득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것.
아베 총리는 이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에게 테러특조법 문제 해결을 위한 당수 회담을 요청했으나 오자와 대표 측이 거절하자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후임 총재 선출 준비에 착수했다. 19일 지방조직대표와 의원들이 새 총재를 선출한다는 계획을 축으로 일정을 조정 중이다.
후임 총리로는 지난달 27일 당정 개편에서 당 사령탑으로 발탁된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아베 정권은 7월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적 대패’를 기록한 뒤 퇴진 여론에도 불구하고 2기 내각을 발족했다. 그러나 출범 8일 만에 사임하는 각료가 생겨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구심력’이 현저히 저하됐다.
특히 테러특조법 연장 문제를 놓고 민주당 등 야당과 대립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9일 방문지인 호주 시드니에서 “급유 지원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이날 사의 표명에 대해 “최악의 타이밍”이라거나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본 정치권 안팎에서 일었다.
한편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은 이날 아베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한 주된 이유가 건강 문제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