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백찬하)는 12일 변양균(58)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35·여) 씨가 미국으로 도피하도록 도와줬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신 씨가 7월 16일 미국으로 도피하는 데 변 전 실장이 직간접으로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 씨의 출국 과정을 추적하고 있으며 두 사람 간의 통화 내용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해외로 나가 있으라고 종용했다면 범인 은닉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날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과 재단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 씨가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선임되는 데 변 전 실장이 개입했다는 일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서도 지금까지 한 얘기와 마찬가지로 감독 선임 과정에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감독 선임과 관련해 변 전 실장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선임 과정에 직무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되면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또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 변 전 실장이 정책실장 근무 시절 사용했던 컴퓨터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가 기획예산처 장차관 시절 사용한 컴퓨터는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이 이날 기각한 변 전 실장의 자택과 주거지, 변 전 실장과 한 전 이사장 등의 e메일 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곧 재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4일 신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선물한 목걸이를 확보했으며 이르면 13일 변 전 실장을 소환해 신 씨 비호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미국에 있는 신 씨의) 소재 파악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간접적인 방식으로 신 씨의 미국 내 체류지를 확인해 놓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신 씨는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 청와대를 방문했으며 그중 한 차례는 변 전 실장을 만날 목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이던 2005년 기획예산처가 신 씨에게서 그림을 구입해 장관실의 그림을 모두 바꿨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다. 당시 변 전 실장의 측근이 신 씨에게 e메일을 보내 그림을 추천해 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 “더 큰 권력의 힘 개입”
한편 한나라당은 12일 ‘신정아 게이트’와 관련해 윗선의 배후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정조사 및 특검을 하는 것도 마다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변 전 실장보다 더 거대한 권력의 힘이 개입됐을 것”이라며 “핵심 권력자 2, 3명이 이번 건에 연루됐다는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