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안내견이 경북지역에서도 육성된다.
대경대는 12일 국내 대표적인 안내견 육성학교를 운영하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와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안내견 학교가 지방에 설립되는 것은 처음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에버랜드 김종운 상무는 “대학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안내견 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라며 “대규모로 보급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의 시각장애인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경대는 정문 연못 옆에 7200m²의 터를 마련한 뒤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우선 5, 6마리를 에버랜드 측에서 받아 훈련시킬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후반기부터 시각장애인에게 무상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경우 1993년부터 안내견 육성에 나서 지금까지 106마리를 주로 수도권의 시각장애인에게 무상 보급했다.
안내견으로 많이 활용하는 개는 캐나다산 리트리버. 차분하고 성품이 온화해 전 세계 안내견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에버랜드 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 개가 안내견으로 ‘최종 합격’하기까지 훈련과정이 무척 까다롭다는 것.
태어난 지 7주가 지나면 일반 가정에서 1년가량 적응훈련을 받은 뒤 8개월 동안 안내견 학교를 비롯해 실제 생활환경에서 배변과 식사 같은 기본 훈련, 복종 및 불복종 훈련 등을 받는다.
이 중 불복종 훈련은 시각장애인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장애물이나 위험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안전한 방향으로 주인을 유도하는 고도의 ‘학습훈련’이다.
이 같은 과정을 모두 통과해 안내견으로 합격 판정을 받는 개는 50%가량에 불과하다. 탈락할 경우 재활보조견이나 인명구조견 등 다른 역할을 찾는다.
안내견이 주인을 만나는 과정(매칭)도 쉽지 않다. 안내견과 한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개를 잘 알고 돌볼 수 있어야 분양 후보자가 될 수 있다.
수명이 10∼15년인 안내견은 장애인을 제대로 안내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면 은퇴를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안내견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당 등에 접근할 권리가 보장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입을 막을 경우 처벌된다.
대경대는 안내견 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유진선(50) 학장이 안내견 학교에서 체험을 하는 등 1년 동안 준비를 했다.
유 학장은 “안내견은 시각장애인 복지의 꽃”이라며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안내견 학교 1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대경대는 동물조련학과를 중심으로 안내견 학교를 운영할 방침이다.
에버랜드 국제화기획실 장재원 차장은 “안내견 육성은 수익사업이 아니어서 학교 설립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며 “15년 동안 쌓은 안내견 육성 프로그램과 조련 기술을 그대로 대경대에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모두 18만 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