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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게일 콜린스]‘그라운드 제로’ 줄리아니의 실패

입력 | 2007-09-14 03:07:00


미국 공화당의 대선 예비 후보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9·11 테러가 일어난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자신을 9·11 테러와 자주 관련시켜 왔다. 이에 대한 특허를 내려고 하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다.

테러가 일어난 이후 줄리아니 전 시장은 마이크 앞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는 뉴욕 시와 미국을 향해 꾸밈없고 정직하게 연설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라운드 제로’는 그가 저지른 최악의 실패 현장이기도 하다.

시장 재임 시절 마지막 몇 달 동안 그는 ‘그라운드 제로’를 41차례 방문했다. 그때마다 정치인,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들이 그와 자리를 함께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재해 현장 주변을 이 유명인들과 함께 거닐며 9·11 테러 당시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복구요원들이 사고 현장의 잔해들을 해체하고 희생자들의 유물을 찾느라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업하는 복구요원들 바로 아래에선 건물 잔해가 계속해서 불타며 벤젠, 폴리염화비페닐, 석면 등 독극물이 흘러 나와 기침을 유발했다.

뉴욕 시 당국은 사고 현장 주변의 공기가 위험하다는 보고를 거듭 받았다. 당시 줄리아니 시장은 사고 현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보호 장구를 갖추지 않은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복구요원들이 질병을 얻었다. 정확한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수천 명의 복구요원이 소송을 냈다.

뉴욕 시 당국은 사고 현장에 400시간 동안 장기 체류한 34세의 뉴욕 경찰 제임스 재드로가 씨가 2006년 1월 사망한 사실조차 몰랐다. 뉴저지 주 검시관은 그가 ‘그라운드 제로’의 먼지에 노출돼 병을 얻어 사망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고 현장에서 상처받은 뉴욕 시를 복구하느라 애썼던 건설 기술자들과 복구요원들은 지금 거친 숨을 헐떡이며 내몰아 쉬고 있다. 몇몇은 산소호흡기를 달고 미동도 하지 못한 채 거실에 있어야만 한다.

뉴욕과 마찬가지로 9·11 테러를 당한 워싱턴의 국방부(펜타곤) 건물 복구에 참여한 복구요원들에게선 건강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워싱턴에선 요원들이 보호 장구를 제대로 갖춰 마치 우주인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뉴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재빨리 알리기 위해 현장을 신속히 치우는 일이 우선시됐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스스로 가장 나쁜 실례를 만들었다. 그는 비교적 공기가 덜 해롭다는 ‘그라운드 제로’ 인근 지역을 방문하면서 보호 장구를 갖추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남자는 방독면을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겼다.

9·11 테러는 줄리아니 전 시장에게 테러리즘과 공공 안전에 대해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할 ‘특별 연단’을 제공했다. 그가 실수를 인정하고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그러나 그는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최근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뻔뻔함을 드러내 보였다. 그는 최근 신시내티 주의 한 유세장에서 “나도 복구요원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독성 대기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미인대회 출전자나 외국 고위 관리들과 사고 현장 언저리를 방문하는 것과, 플라스틱이 불에 타는 속에서 수개월을 쉬지 않고 작업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

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