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퍼즐/빅터 차, 데이비드 강 지음·김일영 옮김/320쪽·1만5000원·따뜻한손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를 대표하는 두 학자가 대립과 공동의 전망을 함께 담은 공동 저술이란 점이 눈에 띈다.
저자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들인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와 데이비드 강 다트머스대 정치학과 부교수. 차 교수는 최근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과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관여정책이다. ‘관여’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번역한 것. ‘인게이지먼트’는 관여, 개입, 포용으로 번역된다. 이 책을 번역한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편 의지만 존중하는 ‘포용’과 자신의 의지만 관철하는 ‘개입’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상대와 자신의 의지를 포괄하며 변화까지 고려하는 ‘관여’로 옮겼다. 관여정책은 외교와경제 교류로 상대국 정치행위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책이다.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2003년 이후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참가국의 2·13합의 성사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올해 8월 쓴 서문에서 “북한과 관련된 쟁점은 근본적으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며 당시 주장의 줄기는 현재까지 유효하다”고 말한다.
두 학자가 공감하는 것은 미국은 북한과 어찌됐든 협상을 해야 하며 대북정책의 기본은 관여정책이란 점. 그러나 차 교수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미국의 위협 탓이라는 주장이 잘못됐다고 보는 반면 강 교수는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의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한다. 강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가 관여정책을 추구했을 때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동결됐다며 적극적 관여정책을 지지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대북전략이 강압적으로 바뀌면서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 등 사태가 악화됐다는 것.
반면 차 교수는 관여정책은 인센티브 제공과 외교적 강압이라는 두 방법의 조화를 전제한 ‘조건적 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김정일을 부도덕한 독재자로 몰면서 협상 불가를 외치는 극단적 강경파와 북한을 강대국 정치의 희생자로 보는 극단적 유화 논리가 득세했다. 이들 논리는 대부분 엄격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따르지 않은 채 저자들에 따르면 “얄팍한 캐리커처 식” 논리에 의존하고 있다. 엄밀한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의 핵심적 외교정책을 심층적으로 이해한 두 저자의 공동 저작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