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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우리동네 작은 외국광화문 몽골타운

입력 | 2007-09-17 03:01:00

1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몽골 타운’ 안에 있는 한 음식점에 주말을 맞아 몰려든 몽골인들이 양고기가 든 스튜 요리인 ‘호이차’ 등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양고기 음식점… 몽골식 미용실… 10층빌딩 ‘칸의 제국’

“샤엔베노(안녕하세요).” “라프타모르노(어서 오세요).”

주말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뉴 금호 타워 오피스텔’에 들어서자 상가 입구에 선 상점 주인들이 건네는 몽골어 인사말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양고기와 감자를 넣어 끓인 몽골의 전통요리 ‘호이차’의 구수한 냄새가 건물 안에 배어 있었다.

이 상가는 주말이면 상점 주인과 손님 대부분이 몽골인인 ‘작은 몽골 타운’으로 변신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중소기업 등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몽골인 2000∼3000명이 이곳에 모여 향수를 달래며 고향 얘기를 나누고 생활필수품도 구입한다.

○ 외환위기와 함께 시작된 몽골 타운

이 지역에 몽골인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진 뒤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한국산 의류의 국제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따리 단위로 옷을 사기 위해 입국한 몽골, 러시아 상인들이 이 지역에 체류하기 시작했다.

장기 체류하거나 수시로 입국하는 몽골인들을 겨냥해 식당, 환전소 등이 생겨났다. 정보의 교환 등을 위해 이들이 몰린 곳이 바로 이 상가 건물이었다.

40여 년간 이 지역에 산 중구 구의회 김기태(65) 의원은 “한창 많을 때는 몽골 사람들이 밀물처럼 이 골목을 가득 메우며 한국 옷을 사 갔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뒤 몽골인의 발길이 줄었다. 하지만 공장 근로자 등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3만5000여 명 중 일부는 여전히 주말이면 이곳으로 모인다.

○ 몽골인의 생활 중심지

10층짜리인 이 건물 각 층마다 5, 6개의 상점이 있다. 몽골인들의 발길이 특히 잦은 곳은 2, 3층에 있는 음식점들.

16일 오후 4시 3층 몽골 전통음식점은 10여 개의 테이블에 빈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메뉴판과 벽에 붙은 음식 메뉴는 모두 몽골어.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의 외모는 한국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지만 한국말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이 식당을 찾은 몽골인 미가(42·여) 씨는 “한 달에 두세 번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고향 음식을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고 말했다.

주요 메뉴는 몽골인들이 즐기는 양고기 요리. 한국에서는 양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평소에 먹지 못하는 고향 음식을 주말에 먹는 것이다.

몽골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호이차는 1인분에 6000원. 쇠고기에 감자, 토마토, 오이를 곁들여 먹는 ‘오흐링마흔호르카’도 비슷한 가격이다. 양고기 구이인 ‘호르호그’, 우유와 차를 섞어 끓인 ‘수테차이’도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만난 무흐바트(45) 씨는 “내가 불고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한국인들도 몽골 음식을 한번 맛보면 곧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몽골 교류 확대로 상권으로 발돋움 꿈꿔

이 건물 안에서는 대형 서점에서도 찾기 힘든 ‘한몽 사전’을 3만6000원에 살 수 있다.

몽골 음악을 담은 CD는 장당 4000원 선. 가요 테이프와 신문, 잡지, 전통음식, 술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

몽골인들은 이 건물 안에 있는 화물운송 업체를 통해 고향의 가족들에게 의류, 중고가구 등을 보낸다. 몽골 가족들이 보내온 생필품도 이곳에서 찾는다. 환전상과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미장원, 여행사도 입주해 있어 주한 몽골인들을 위한 ‘종합 쇼핑센터’인 셈이다.

이 건물 주변에는 서서히 ‘몽골 상권’도 형성되고 있다. 몇몇 음식점은 몽골인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고, 몽골인을 종업원으로 고용해 몽골인 손님 유치에 나서고 있다.

몽골타운에서 만난 바나라(가명·23) 씨는 “몽골인과 한국인의 공통점은 심성이 착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며 “한국인이 많이 찾아와 몽골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