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전이 15일 시작됐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총재 후보로 등록했다.
투개표는 약 일주일 뒤인 23일이지만 사실상 후쿠다 전 장관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이에 따라 그와 노선이 비슷한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 총리의 아들 vs 손자’, 차이는 외교안보정책=두 후보의 정책에서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문은 외교안보 분야.
후쿠다 후보는 ‘아시아 외교’에 중점을 두고 유엔 중시 자세를 강조한다. 그는 중-일평화우호조약을 체결했던 고(故)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장남이다.
반면 아소 후보는 전후 일본 정치의 기틀을 잡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의 외손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걸쳐 2년간 외상을 지내면서 대중 및 대북관계에서 강경자세를 보여 왔다.
후쿠다 후보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헌법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관방장관 시절인 2002년 내놓았던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국립 무종교 추도시설 건설안을 언급하며 “언젠가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납치 문제 등 북한 관계에 대해서는 “교섭하려는 자세가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해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반면 아소 후보는 추도시설과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해 “하나를 만들면 다른 한 쪽은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고 말해 야스쿠니 신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압력 없이는 대화가 안 된다”고 하는 등 후쿠다 후보와 대조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너무 닮은 외교정책, 곤혹스러운 민주당=후쿠다 전 장관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조기 총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노려온 민주당은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후쿠다 후보의 아시아에 대한 정책이나 안전보장정책이 민주당과 비슷해 공격하기 힘들 뿐 아니라 ‘안정감 있는 베테랑’이란 이미지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와 겹치기 때문.
이에 따라 오자와 대표는 12월 초에 중국을, 내년 1월에 한국을 방문해 먼저 외교 면에서 점수를 따놓는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에선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등 요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후쿠다 후보보다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자들과 회담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12월 한국 대선 이후엔 새 대통령 당선자와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오자와 대표는 자유당 당수 시절 여러 차례 방한했고 19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한편 후쿠다 후보는 야당이 요구하는 조기 총선 실시에 대해 “국회 운영은 여당만으로는 안 된다” “현 국회가 2008년 예산안 처리는 끝내야 한다”고 말해 내년 봄쯤에 야당과 중의원 해산 및 조기총선에 합의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