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를 청와대와 검찰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옮겨 분석한 것은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는 부담을 피하면서 변 전 실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의 컴퓨터에서 e메일을 복구해 정부기관이나 불교계, 문화계, 기업 등에 외압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주고받은 흔적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어떤 자료를 발견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e메일 조사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컴퓨터는 보안상 이유로 ‘○○○@president.go.kr’라는 계정 외에 다른 계정의 e메일을 발송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 접속된 모든 컴퓨터는 대통령비서실의 통신망인 이지원 시스템하에서 움직인다”며 “e메일도 이지원 시스템에서만 가능하고 네이버, 다음 등 상용 e메일에는 접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시스템을 거치면 e메일 내용이 모두 스크린되므로 사적인 내용을 주고받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얘기다.
그러나 변 전 실장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사용했던 컴퓨터의 내용물을 복사한 사실이 있어 검찰이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물증’이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