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최근 측근을 통해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인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 취임 직후인 2006년 9월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던 모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에게 속았다.”
12일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임 배경에 대해 조각조각 흘러나온 얘기들이 종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아베 총리가 측근에게 “아소 간사장,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에게 속았다”며 심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얘기가 뒤늦게 매스컴에서 거론되는 것.
비슷한 시기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공천으로 2005년 총선에서 당선된 자민당 초선의원)의 한 명인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자민당 홍보국장이 TV아사히에 “그건 쿠데타였다.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하면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식이었다”고 말해 유사한 정황을 전했다.
이는 아소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사임 이후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다가 불과 하루 만에 추락한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 언론이 전한 전후 사정은 다음과 같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자민당 참의원 회장,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간사장 등 자민당 원로들은 참의원 선거(7월 29일)를 며칠 앞두고 ‘아베 총리 퇴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추대’에 합의했다. 이미 자민당의 참패가 명약관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참패 당일 이 같은 건의를 들은 아베 총리는 아소 당시 외상의 권유에 따라 정권 유지 방침을 고집했다.
이후 아소 당시 외상은 8월 27일 당정 개편을 주도하면서 간사장이 됐다. 또 자신의 인맥을 주요 포스트에 배치하는 등 선거를 겨냥한 포석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베 총리는 측근에게 “개각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당했을 뿐 아니라 아소 간사장은 테러대책특별조치법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까지 줬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는 것.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12일 사의를 표하면서 아소 간사장을 후임자로 지명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아소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사의를 발표 이틀 전에 듣고도 만류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본인의 총리 욕심 때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편 ‘기능성 위장장애’로 입원 중인 아베 총리에게는 입원 3일째부터 문병객도 거의 끊어지는 등 이미 ‘잊혀진 인물’이 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새 총리 지명은 25일 이뤄질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