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한적했던 바닷가 마을이 이젠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죠.”
18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 포스코 홍보센터. 인도네시아 출신 주부인 한나(31) 씨는 이 홍보센터를 방문한 호주의 증권회사 관계자들에게 포스코의 어제와 오늘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포항에 정착했다.
경북도와 포항결혼이민자지원센터의 주선으로 두 달 전 포스코 홍보센터에 ‘주부사원’으로 취업한 것.
그는 “세계 각국에서 포스코를 찾는 손님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기업을 알리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으로 경북지역에 정착하는 여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려 취업을 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 주부인 럼홍눙(28·경북 영천시) 씨와 중국 동포 김순옥(35·〃 ) 씨는 올해 5월부터 경북여성긴급전화(1366)의 통역전문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북도 내 결혼이민여성은 총 3500여 명으로 이 중 베트남(1500명)과 중국(1150명)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도내 이주여성들의 상담이 올해 1∼4월 360건에서 5∼8월에는 48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이주여성들과 말이 통해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럼홍눙 씨는 올해 초 경북지역에 정착한 베트남 출신 주부(20)가 시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이혼을 하고 싶다고 상담하자 가족 면담을 통해 분가할 수 있도록 도왔다.
딸 셋을 낳아 키우고 있는 그는 “가정폭력과 부부 갈등, 가족관계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하려는 이주여성이 많다”며 “가족 갈등은 대체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주여성의 안정된 정착이 지역 국제화를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보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이주여성 정책인 ‘이여가새(이주여성가족에게 새로운 행복) 2010’은 최근 행정자치부와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이 실시한 평가에서 경기도의 관련 정책과 함께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꼽혔다.
경북도 여성가족과 조자근 가족복지 담당사무관은 “이주여성을 보듬는 분위기가 아직 부족한 편”이라며 “이주여성을 위한 맞춤형 적응 프로그램을 펴는 한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지역 결혼이민가족 지원 프로그램프로그램대상자 및 주요 내용우리말 공부방 운영22개 시군 1080명찾아가는 서비스제22개 시군 940명대모(代母) 결연22개 시군 1000여 명유아교육과 대학생 결연10개 시 128명아동양육지원1, 2개 시군 150가족이민자가족지원센터 확대현재 2곳에서 5곳한국생활적응시스템 구축고용복지지원, 화상대화시스템국제결혼중개업체 교육도내 160개 업체 ‘행복안심’ 단체보험 가입저소득 및 장애가정 1249명자료: 경북도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