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 학교 찍히면 회복 불능”
“교육여건 개선” 고교들 경쟁
2010학년도 고교 신입생부터 서울 지역에 적용되는 ‘고교선택제’에 대비해 올해 말 예정된 시뮬레이션을 앞두고 일선 고교가 비상이 걸렸다.
지금 ‘기피 학교’로 낙인찍히면 2010학년도에도 학생들에게서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이미지를 높여라”=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경희고는 ‘비전 2010’이라는 학교 발전 전략을 세웠다.
교사부터 변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개인별 맞춤식 연수를 하고, 통합독서실에서 학생의 궁금증을 풀어 주는 ‘질문 당번 교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재학생과 명문대에 입학한 선배를 1 대 1로 연결해 주는 ‘아름다운 경희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북돋울 계획이다.
성북구 성북동 홍대부고는 학교 위치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지하철역부터 학교까지 경사가 25도나 되는 100m 정도의 거리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강신권 교감은 “교통 여건 때문에 기피 학교로 분류될까 걱정돼 서울시와 구청에 진입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학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창틀과 외벽 공사에 착수했고 책걸상도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신형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광진구 광장동 광남고는 ‘맞춤형 방과 후 학교’를 개설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교 평판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진선여고는 불교계 학교다. 그러나 주민 중에는 기독교 인구가 훨씬 많아 불교계 학교를 기피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근 지역의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이 전통 명문고라 더욱 긴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예체능계열을 신설하고 학교 홍보 차원에서 올해 겨울방학부터 인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무료 논술 강좌를 열 계획이다.
학교뿐 아니라 서울시와 구청들도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 여건이 나쁘다고 소문나거나 관내에 기피 학교가 많으면 구세(區勢)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북구는 최근 교육경비 보조금을 올해 10억 원에서 내년에는 45억 원으로 늘리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하기로 했다.
구로구는 내년 3월 문을 여는 세종과학고 유치를 계기로 낙후 지역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학교지원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원 양천 강남구 등은 ‘교육지원과’를 신설했고, 성북구는 ‘으뜸교육추진단’, 관악구는 ‘교육관악추진반’ 등을 구성하는 등 교육 지원에 적극적이다.
경기고와 서울고, 용산고와 경복고 등 명문고로 통하던 학교들은 라이벌 학교보다 앞서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선택제 도입으로 학생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도 경쟁하게 됐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면 공교육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고교선택제: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3단계에 걸쳐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1단계로 서울 전 지역에서 2곳을 선택하고, 여기서 탈락하면 2단계로 거주지 학군에서 2곳에 지원할 수 있다. 1, 2단계에서 각각 학교별 정원의 20∼30%, 30∼40%를 희망자 중에서 추첨 배정한다. 1, 2단계에서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3단계에서 거주지와 인접한 2개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 학교 중에서 추첨 배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