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3명 “공정성 강화가 우선… 의결 연기해야”
이사장 “의결 늦추면 오해불러… 의견 철회를”
《KBS가 추진 중인 TV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18일 “수신료 인상으로 재원 건실화가 필요하지만 인상에 상응하는 합리적 운영, 공정성 제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의결했다. 방송위는 이를 첨부해 KBS로부터 제출받은 수신료 인상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KBS 수신료 인상 저지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선(先) 공영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KBS는 7월 9일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의 각종 문제 제기와 절차상 논란 등을 지적한 본보 보도(9월 10일자 A1·8면)가 KBS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8일 본보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소송을 냈다. 본보는 당시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면서 일부 이사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하고 인상안을 의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KBS는 소장에서 “인상안 의결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어 연기 여부에 대해 표결을 거쳐 8 대 3으로 당일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한 것”이라며 “일부 이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인상안을 의결했거나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는 수신료 인상안 의결 전 KBS가 국민에게 공정성 강화, 방만 경영 해소를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이사들은 “내년 이후로는 4, 5년 동안 수신료 인상이 안 된다”면서 노무현 정부 내 처리를 주장하며 인상안 의결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는 의결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보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최근 입수한 7월 9일 KBS ‘558차 임시이사회 의사록’의 주요 내용을 싣기로 했다. KBS가 국회에 제출한 이 의사록에 이사들 이름은 익명 처리돼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공정성-방만경영 문제 지적
“간혹 한쪽 의견만 방송… 공정성 의심받아
‘새는 돈’ 많아 국민들은 수신료 내기 싫어해”
▽이사장=텔레비전방송수신료 금액 인상(안)을 상정하겠습니다.
▽○○○ 이사=(…)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이사회가 수신료 문제에 관해 만약 의결했는데 (KBS의) 공정성 문제가 계속 불거진다면 이것은 이사회 자체의 존재 부족, 실체 부족이라고 봅니다. 이사회 자체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수신료 문제를 의결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사=정연주 사장께서 1999년 7월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을 보면 제목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KBS, 죽어야 산다.’ 그 내용 중에 ‘공영언론으로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쓴소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정 사장이 부임하신 이후에는 이 칼럼에 걸맞게 KBS가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 이사=정 사장님이 오신 이후 첫 해에는 288억 원 정도의 흑자가 났고 2004년도에는 638억 원 적자가 났습니다. 그리고 2005년도에는 법인세환급금을 제하면 실질적인 흑자는 21억 원에 불과하고 지난해에는 242억 원이 당기순이익으로 계산되어 있지만 법인세환급금 374억 원이 들어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32억 원의 적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꾸준히 계속해서 재정 사정이 악화되어 왔습니다.(…)
▽○○○ 이사=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사실 자꾸 여러 번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의 문제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방만한 경영, 이 두 가지를 문제 삼습니다.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지난번(이사회)에도 제가 지적했습니다만 ‘Loose Money(새는 돈)’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무조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의 돈(수신료)도 내기 싫다는 시청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올리기 전에 한번 정도 먼저 (정연주 사장이 대외적으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집행부의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사=(…)KBS 공정성이 왜 자꾸 논란이 되느냐? 공영방송의 경우 개인을 떠나 여론에 의한 여론 전달 기능을 해야 되는데 KBS는 그 간에 여론 전달 기능을 제대로 못한 프로그램이 간혹 있었습니다. 최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국민여론이 찬성 60%, 반대 40%라면 공영방송에서는 60%는 찬성하는 의견을 방송하고 40%의 반대의견도 역시 시간을 안배해서 여론을 정확히 전달해야 공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간혹 그런 것을 상실하고 어느 한쪽의 의견에 대해 방송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지금 공정성이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의결 연기-의결 강행 주장 맞서
“인상추진 사실부터 먼저 알려야” 연기론
“이번이 마지막 기회” 다수 의견에 묻혀
▽○○○ 이사=(…)사실 오래전부터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와서 다 알고 있다고 (회사 측은) 말씀하셨는데 주변에 가서 물어보십시오.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결정해서 대서특필되면 ‘밀실 결정한 것 아니냐? 졸속 결정한 것 아니냐?’ 그런 비난도 예상되니까 어느 형태로든 인상 추진 의사를 공개 표명한 뒤에 (이사회에서) 의결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사장=그러니까 오늘 의결하지 말자는 얘기죠? 그것은 개인 의사로 받겠습니다.
▽○○○ 이사=저도 KBS 이사로 오기 전에는 (수신료를) ‘왜 올려줘?’ 이렇게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그 전에 갖추어야 할 프로세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 표결은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사=수신료를 지금 이 시점에서 한시바삐 인상 의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만약 이것이 내년 이후로 넘어가게 되면 수신료는 앞으로 4, 5년 동안 인상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장주의 세력들이 공영방송을 대폭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논의가 앞으로 18대 국회에서) 4년 내리 끈다고 보고, 그럼 그 과정에서 수신료 인상 논의 자체가 발 붙일 여지조차 없어지게 됩니다. 아까 어느 이사님이 이번 정기국회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우리 전체의 결의를 통해서…. 왜냐하면 방송위원회나 국회에 KBS 출신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원군이 되어야하는데 우리 이사회 자체에서부터 몇 분은 반대하시고 이런 식으로 해서 (수신료 인상안이) 올라왔다면 그것도 동력이 떨어지는 얘기라서 우리가 힘을 합쳐 오늘 의결하기를 바랍니다.
▽○○○ 이사=(…)정기국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려면 오늘이 (7월) 9일이니까 9월 10일쯤 상정하면 아슬아슬하게 막차입니다. 만약 이것을 차일피일 늦추면 정기국회에 상정을 못하는…. 거기에서 손상을 입어서 엉뚱한 데에서 좌절할 수 있는 계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이사=(…)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결정한 다음에 국민 설득 작업에 나섰을 때 거센 반발에 부닥치면 이사회가 처리할 수 있습니까? 그때 이사회가 처할 상황을 생각해보십시오. 상식적으로 국민들한테 설득이 필요한,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것을 먼저 알리는 게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이사장=이사님들이 각자 의견을 죽 발표했습니다. (…) 며칠 뒤로 (수신료 인상안 논의 및 의결을) 연기하자는 세 분 의견을 철회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 시기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엄청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 이사=회사 책임자가 국민한테 이렇게 (수신료를) 올리려고 한다고 알려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사회가 결정하기 전에 (회사가 국민들에게) 알렸을 때 오는 부작용이 걱정되신다면 이사회가 (미리) 결정했을 때 오는 부작용은 걱정 안 하십니까?
▼이사장 “원안대로 의결 공표합니다”
A이사 “잠깐, 찬반은 물으셨습니까”
B이사 “표결해봐야 그 표가 그 표…”
▽○○○ 이사=지금 수신료를 올리고 나면 이렇게 하겠다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10대 약속’을 우리한테 내놓고 최근에 공정성 제고라든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내놓았는데 그것을 국민한테 약속하라는 거예요.
▽(정연주) 사장=(…)대국민 설득용 기자회견은 1회로 되리라고도 보지 않고 그것은 앞으로 저희들이 국회에서 마지막 승인을 받는 데까지 KBS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이사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야 되고요.(…)
▽이사장=대체적으로 이사님들이 오늘 의결하자는 의견입니다. 우리가 합의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세 분 이사님이 (의견을) 철회해 주십시오.
▽○○○ 이사=못합니다.
▽○○○ 이사=지금 이사장님께서 세 분이 말한 것에 대해서 의사를 철회해 달라는 것은 굉장히 이해가 안 갑니다.
▽○○○ 이사=철회를 해 달라는 것은 제가 받아들이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사장=표결하죠. 별 도리가 없습니다.(…)
(표결 진행)
▽이사장=오늘 의결하자는 분이 여덟 분, 반대가 세 분입니다. 오늘 의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의사봉 타봉) 다음은 원안 가결이냐 반대냐 그것입니다.
▽○○○ 이사=오늘 기왕 하기로 한 것이니까 다 그냥 표결 없이 통일하는 것이 안 낫겠습니까?
▽○○○ 이사=사장 (뽑을) 때도 표결을 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는데 또 표결을 해서 뭘 우리가 원하는 거예요?
▽이사장=(…)제1943호 텔레비전방송수신료 금액 인상(안)을 이런 전제조건 위에서 원안대로 의결하였음을 공표합니다.
▽○○○ 이사=잠깐만요! 지금 의안을 의결했는데 의사 표시를 어떻게 한 것으로 됩니까?
▽이사장= 지금 했지 않습니까?
▽○○○ 이사=찬반을 어떻게 물으셨습니까?
▽이사장=그럼 처리한 것을 무효화할까요?
▽○○○ 이사=알아서 하십시오. 나중에 법적 하자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그것은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이사장=이의를 제기 안 하셔놓고 하고 난 뒤에 이의를 제기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 무효화하라면 무효화하겠습니다.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하면.
▽○○○ 이사=연기해서 의결하자는 사람의 의사가 어떻게 반영되었습니까?
▽○○○ 이사=이사장님, 폐회하시죠.
▽○○○ 이사=다음으로 연기하고자 했던 세 사람이 투표를 했는데 그 사람이 이 의안 통과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알 수 있습니까? 뭐가 법적 하자가 없습니까?
▽○○○ 이사=폐회합시다, 그럼. 폐회하고 한번 봅시다.
▽○○○ 이사=법적 하자가 있을 수 있다니까 투표를 다시 하시죠.
▽이사장=표결할까요?
▽○○○ 이사=사장 결정할 때도 표결로 했기 때문에 솔직히 상처가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하는데 또 표결로 결정한다는 것은 우리 이사회 이사의 자존심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또 마지막까지 표결해봐야 그 표가 그 표인데 하는 의미에서 제가 얘기한 것입니다.
▽이사장=(…)이제 남은 문제는 물론 이사님들도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만 주체적인 노력은 역시 집행부에서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치밀한 추진계획을 가지고 전사적으로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것을 당부 드리면서 제558차 임시이사회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