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사진) 전 경기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중대 결단 하나?=손 전 지사는 19일 밤 예정된 SBS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 불참하고 칩거에 들어가는 초강수를 뒀다. 당과 캠프에서 연락을 계속 취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서울 마포구 자택까지 찾아간 의원들에게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손 전 지사는 면담한 의원들이 TV토론 참석을 설득했지만 “이렇게 불법 부당한 선거에 계속 참여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새 정치를 하려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는데 경선 양상을 보고 이렇게 흘러가면 안 된다고 고민한 결과 같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18, 19일 정대철 신당 상임고문과 통화를 해 경선이 조직·동원 선거로 점철돼 있다는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며 경선 사퇴를 시사했고 정 고문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정식 캠프 기획조정실장은 “사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한 캠프 관계자도 “사퇴는 결단코 없다. 오늘(19일) 당에 요구한 진상조사 등이 받아들여지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중도 사퇴를 위한 수순 밟기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손 전 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 행태에 대한 실망감을 자주 토로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이 지리멸렬할 때 합류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경선 구도 형성에 기여했는데도 다른 후보들이 한나라당 경력을 공격하며 조직·동원 선거에 치중하자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경선에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말자며 손 전 지사를 견제했을 때는 경선 포기 의사까지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격 카드는 어디에=손 전 지사의 위기는 15, 16일 열린 울산 제주 강원 충북 지역 경선에서 정 전 의장에게 1위를 내준 데 이어 19일 보도된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4.5%로 정 전 의장(10.2%)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것에서 직접적으로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손 전 지사 캠프는 이날 하루 종일 충격 속에 향후 대책을 세우느라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참모들은 손 전 지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선거인단이 많은 수도권 지역 경선과 ‘동원의 힘’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론조사와 모바일 투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캠프 내부에서는 “역전 기회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지금까지의 선거운동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일고 있다. 범여권 합류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만 기댄 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자성이다. 정책과 노선에 있어서도 ‘손학규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아 다른 범여권 대선주자들과 차별성이 없었다는 내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캠프에서는 손 전 지사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노선과 정책을 마련해 이르면 29일 광주 전남 경선 전까지, 늦어도 다음 달 6일 전북 경선 전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또 ‘호남 후보인 정 전 의장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필패론’을 적극 부각한다는 복안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