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TV 프로그램은 대부분 5개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 대가족 또는 연예인들이 춤 노래를 선보이며 호들갑스럽게 논다.
2. 민속놀이 제사 등 전통 문화를 소개하며 한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3. 알록달록한 한복을 차려 입고 가족사를 이야기한다.
4. 전국을 누비며 푸짐한 먹을거리를 선보인다.
5.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출연해 장기자랑을 펼친다.
KBS1 ‘리얼드라마 선물’(22일 오후 7시 10분)은 이같이 뻔한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유형을 골고루 갖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 명사 일반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인터뷰 재연을 통해 보여 준다. 이들은 ‘생애 최고의 선물’로 가족 꿈 사랑을 꼽았다.
우선 개그맨 박준형의 두 집 살림이 소개된다. 한 집에는 어머니 아내 아기로 구성된 가족이 살고 있고 다른 한 집에는 수십 명의 개그맨 후배들로 이뤄진 가족이 살고 있다. 그는 ‘개그콘서트’가 정상에 오른 비결을 두 가족 덕분이라고 밝힌다.
히말라야 8000m 이상 봉우리 16좌를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씨. 이 코너는 어린 시절 엄 씨가 등반하는 걸 싫어했던 아버지와의 갈등, 히말라야에 오르다 사랑하는 동료를 잃거나 동상에 걸려 발가락을 잘라내는 아픔을 겪었던 일 등을 차분히 풀어 간다. 엄 씨는 큰 좌절과 만날 때마다 8000m급 봉우리 완등이라는 꿈을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는 이제 등반 도중 목숨을 잃은 산악인의 유가족을 돕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연안 김씨 연흥부원군의 14대 종부인 미국인 카렌 킴. 1965년 미국에 유학 온 김일주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다. 종갓집 종부라는 개념조차 몰랐던 그는 지금 한 해에 25차례나 제사를 치르는 베테랑 종부가 됐다. 40여 년에 걸친 카렌의 종부 생활을 KBS2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캐나다 여성 도미니크 노엘이 대역을 맡아 재연한다. 김 씨 부부는 지금도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대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