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칼럼니스트 박희수 씨 조언
때가 왔다. 장롱 속에서 푹푹 썩고 있을 한복을 구제할 때가.
명절이나 가까운 친척의 결혼식, 이렇게 일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 한 게 한복이다. 자주 입지 않다 보니 맵시 좋게 입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한복은 예절까지 고려해서 착용해야 한다.한복 잘 입는 방법을 ‘결혼, 준비와 전통예절’의 저자이자 한복칼럼니스트 박희수 씨로부터 조언을 받아 정리해 봤다.
○ 속옷
속치마는 겉치마보다 2∼3cm 짧게, 파티용일 땐 패티코트를
한복은 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 겉옷의 맵시가 돋보인다. 특히 여성 한복은 속옷 가짓수가 많아 잘 챙겨야 한다.
전통 예법에 맞게 입으려면 속저고리, 겨드랑이와 가슴을 가리는 허리띠, 다리속곳, 속속곳, 바지단속곳, 너른바지, 속치마를 모두 갖춰 입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입으려다간 평생 한복을 입기 어렵다.그래서 요즘은 대개 속바지와 속치마만 입는다. 속치마는 겉치마보다 2∼3cm 짧게 입어야 겉치마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파티용으로 한복을 입는다면 서양식 패티코트처럼 치마를 한껏 부풀려 주는 속치마를 입는 게 좋다. 이때 치마 길이는 긴 게 좋다. 이런 모임은 대부분 야간이나 실내에서 이뤄지므로 한복 빛깔이 원색보다는 백색, 미색, 핑크색, 옥색 등 은은한 톤이어야 돋보인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가거나 환갑잔치 등 가족모임을 할 때는 패티코트 대신 속치마를 입어 너무 부풀리지 않는 게 좋다. 옷은 일광에 비쳤을 때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진한 색이 좋다.
○ 액세서리
귀고리는 단순하고 우아하게… 목걸이는 피해야
치마는 겉자락을 왼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입는다. 치마끈의 매듭은 중앙에서 조금 비껴 한쪽에 맨다.버선을 신을 때는 수눅(꿰맨 솔기)의 방향이 오른발은 오른쪽으로, 왼발은 왼쪽으로 가도록 양쪽을 잘 잡아당겨 신는다.
저고릿감이 얇아 속살이 비칠 때는 속적삼이나 속저고리를 입는 게 예의다. 저고리는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 입어야 어깨솔기가 뒤로 넘어가지 않고 제멋이 난다. 이때 속적삼과 치마허리가 저고리 밑으로 나오지 않도록 주의한다.
저고리는 입었을 때 몸에 착 붙고 고름의 고가 적당한 길이로 매어져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멋을 부린다고 고를 리본처럼 묶는 건 좋지 않다.
한복을 입었을 때는 크거나 늘어지는 귀고리보다는 귀에 착 달라붙어 단순하고 우아한 게 좋다. 목걸이는 하지 않는다. 한복을 입었을 때는 되도록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가슴이 처졌을 때는 패드가 들어있지 않은 브래지어 정도면 적당하다.
일본 여성은 기모노 바깥으로 신이 보이지 않는 게 예의라 종종걸음을 걷는다. 하지만 한복을 입고 걸을 때는 고무신 코가 살짝 보일 만큼 우아하게 걷는 게 예의다.
어른 앞에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두 손을 앞으로 모은다. 앉을 때는 무릎을 꿇는 게 좋으며 치맛자락이 벌어지거나 발이 치마 바깥으로 나오면 안 된다.
남성은 허리와 대님만 잘 매면 되는데 허리는 요즘 고무줄로 된 것도 있어 입기 어렵지 않다. 어른 앞에 처음 자리를 잡을 때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쥐고 앉아야 한다.
○ 보관·관리
잦은 드라이클리닝 금물… 음식얼룩은 벤졸로 문질러 제거
한복은 입는 것만큼 보관법도 중요하다.
소재가 얇고 바느질이 섬세한 옷은 자주 드라이클리닝하면 안 된다. 탈색되거나 바느질한 부분이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식사 도중 음식을 먹다 흘려 얼룩이 생겼을 때는 벤졸로 가볍게 문질러 주면 지워진다.한복 세탁법은 옷감에 따라 다르다. 명주로 된 옷은 드라이클리닝하는 게 좋지만 합성섬유는 손빨래도 무방하다. 특히 손빨래를 할 때는 손으로 직접 살살 비벼 빨아야지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옷감이 상한다. 보관할 때는 큼직하게 개켜서 상자에 담아 옷장에 보관한다. 여성 저고리는 팔부분만 접고, 남성 저고리는 몸통까지 한 번 더 접는다. 좀약을 함께 넣어 두면 좋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