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수는 동전의 양면 같다. 한 면만 노리는 노골적인 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고수들의 수는 상대의 응수에 따라 싸움으로 갈 수도, 실리를 챙길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흑 ○로 바싹 다가선 것도 싸움을 해보자는 뜻 같지만 여차하면 실리를 챙기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백 28로 도발하지 않고 단단히 지키자 흑도 실리로 돌아선다. 흑 39까지 간명한 수순으로 도톰하게 집을 내며 살았다. 흑 39로는 참고1도 흑 1, 백 2처럼 교환한 뒤 손을 빼고 싶지만 백 4의 날카로운 치중에 하변 흑이 죽어버린다.
백도 실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백 40이 흑 두 점을 압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흑 41, 43으로 좋은 자세를 취해 더는 공격당할 돌이 아니다.
다만 중앙을 중시한 흑 45로는 참고2도 흑 1, 3으로 살아버린 뒤 흑 5로 실리를 더 챙기는 작전도 유력했다. 대규모 전투로 변할 것 같던 국면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선을 잡으려는 암중모색이 더욱 치열해졌다. 백은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리며 흑의 빈틈을 찾아 나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