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선보였던 ‘한정판 명품’ 이미 동나
“잘못 잊고 스타로 인식… 군중의 이중심리”
‘죄는 밉지만 스타일은 미워할 수 없다?’
학력 위조 및 횡령 의혹을 사고 있는 신정아 씨가 패션 리더(?)로 떠올라 ‘신정아 따라잡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신 씨는 16일 오후 헝클어진 머리 차림으로 고개를 푹 숙인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화제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옷과 헤어스타일이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럽다는 점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는 신 씨의 베이지색 재킷과 바지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분석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과 패션 관련 커뮤니티에 이 옷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신 씨의 재킷은 2년 전 출시된 ‘돌체 & 가바나’ 제품으로 가격은 210만 원 선. 바지는 40만 원대 ‘버버리’ 데님 청바지. 이들 제품은 모두 시즌 한정판이다. 그가 두 달 전 미국 뉴욕 JFK 공항에 나타났을 때 입었던 ‘알렉산더매퀸(McQ)’의 2007년 피에로 티셔츠(20만 원대)도 역시 한정판이었다.
그가 JFK 공항에서 들고 나타난 ‘보테가 베네타’의 2006년도 카키색 사슴가죽 가방(200만 원대)과 피에로 티셔츠는 이미 동이 났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알렉산더매퀸 티셔츠는 10장이 다 팔렸는데도 구입 문의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 씨의 패션 콘셉트를 단순함과 희소성이라고 평가했다. 얼핏 봐선 명품인지 모를 정도로 수수하지만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명품으로 차별화했다는 것이다.
신 씨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도 관심거리다. 머리가 갈퀴 모양으로 앞으로 흘러내려 측은하다는 느낌을 줬다. 그는 평소 단정하게 빗은 단발머리였다. 하지만 뒷머리를 짧게 치고 끝을 말아 올려 보이시한 헤어스타일이 헝클어지자 동정심마저 자아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신정아’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패션’이 따라 나올 정도의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블레임 룩(blame look·비난을 받는 사람의 패션 따라하기)’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는 “범죄자라도 강렬하게 주목을 끄는 사람을 어느 순간 ‘스타’로 인식해 추종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방부 장관과의 스캔들로 화제가 된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 씨의 에스까다 선글라스, 김대중 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 씨의 루이비통 서류 가방이 유행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범죄는 비난하면서도 명품으로 치장하는 부유함과 권력을 부러워하는 이중심리의 발현”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