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檢 소명 부족” 검찰 “비리 묻힐수도”
鄭 검찰총장 “영장항고제 도입 적극 추진”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35·여) 씨에 이어 정윤재(44)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법원과 검찰 간의 영장기각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명예를 걸고 수사를 해서 진상을 밝혀내겠다고 공언해 온 노무현 정권 말기의 양대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은 상당 기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뇌부는 신 씨 영장이 기각된 직후 19일 밤에 이어 20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영장항고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으나 정 전 비서관의 영장이 다시 기각되자 허탈해하는 반응까지 나타냈다.
이에 앞서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장항고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영장준항고(영장기각에 불복하는 제도)가 가능한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선 검사들은 법원의 예측할 수 없는 영장발부 기준을 강하게 성토했다. 재경지검의 중견간부는 “법원이 영장발부를 하는 원칙과 기준을 도저히 알 수 없다. 영장기각으로 자칫 국민적인 의혹 사건의 진상이 묻힐 수도 있다”며 ‘수사 방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주의를 주고 의연하고 철저하게 수사에 임하도록 지시할 생각”이라며 검찰의 자제를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영장 청구가 검찰의 권한이듯이 영장발부는 법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검찰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장발부는 법관의 권한이며 불구속수사가 원칙 아니냐. 검찰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부산지법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주선 대가로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 씨에게서 2000만 원을 받고 형의 사업체에 12억6000만 원 상당의 공사 발주를 부탁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로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20일 기각했다.
염원섭 부산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정 전 비서관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며 일부 혐의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부산지검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재청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정 전 비서관의 여죄 유무를 포함해 언론에서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