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따갑기만 하고 후원금은 줄어들 게 분명하고….”
‘신정아 게이트’로 미술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기업의 전시 후원이 줄어들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술관들이 고민에 빠졌다. 전시, 미술 교육과 작품 구입 등 공공 기능이 강한 미술관의 활동 이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호황을 기록하는 미술품 경매 관계자들도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국공립 미술관과 대기업이 출연한 일부 사립 미술관을 제외한 대다수 사립 미술관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이번 사태로 기업 후원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경우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에 등록한 사립 미 술관은 70곳. 이들 사립 미술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작품 판매 또는 판매
알선을 할 수 없다. 이는 상업 갤러리와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미술관은 작품 구입 등을 통해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상업 갤러리가 ‘팔리는 작가’에 초점을 맞춘
다면 미술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고 미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 기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미술관의 수익은 관람료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사립 미술관들이 기획전을 할 때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기업이 출연한 일부 미술관을 제외하면 사립 미술관에 대한 기업 후원금은 고정적이지도 않은 데다, 있다 해도 규모가 크지 않다.
활동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사비나미술관의 경우 2006년 한 해 기업 후원금은 약 1700만 원.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겸 한국사립미술관협회 공동회장은 “그렇게 부탁을 하고 다녔는데도 겨우 그 정도였고 그것도 현물이 대부분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물 후원은 대개 프로젝트나 모니터 같은 영상장비 지원이다. 이 관장은 “대기업 미술관을 제외하면 후원금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신 씨처럼 비정상적인 경우는 사라져야 하지만 정상적인 후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사립미술관협회는 10월 중순 심포지엄을 열어 다양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 이다. 대책 가 운데 역점을 두는 것은 미술관 및 큐레 이터의 공공성 강화 .
경기도미술관의 김종길 학예연구사는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과 같은 본연의 비영리적 활동에 전념하고 기업 후원 요청 등은 공개적인 과정을 통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또 “큐레이터의 채용 과정을 공개하고 추천의 경우에도 추천 사유, 추천받는 큐레이터의 장단점, 추천자와의 관계 등은 정확하게 기록해 근거로 남겨야 한다”고 지적 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