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후보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왼쪽)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경선토론회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은 뒤 웃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산=김동주 기자
鄭 “박스떼기 나만 했나… 누워서 침뱉기”
李 “5년 준비한 지지도 그것밖에 안되나”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TV토론회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불참에 따라 맥 빠진 분위기로 흐를 것이라는 게 이날 오전 당내의 일반적 예측이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양자토론이 돼버린 이날 토론은 후반부 ‘맞짱 토론’에서 ‘동원 선거인단’ 논란이 재연되면서 서로 ‘치부’까지 들춰내며 설전을 벌였다.
▽이 전 총리(이하 이)=난 처음부터 손학규 후보는 우리 당보다는 한나라당에서 정정당당히 경선 치르기를 바랐다. 그게 정당정치다. 정 후보는 막상 손 후보를 안방에 불러놓고 조직선거와 ‘버스떼기’를 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이하 정)=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끝까지 뛰었던 인연으로 ‘노사모’분들이 5년간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을 만들었다. 자기 돈 내고 밥 먹고 여관비 내는 분들이 동원됐다는 게 말이 되나?
▽이=5년 동안 그렇게 준비했는데 지지도가 그것밖에 안 되나. 20년 정치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게 진실성과 신의다. 6개월 새 당적을 4번이나 바꾼 ‘달새’(달마다 자리를 옮기는 ‘정치 철새’를 뜻하며 여기서는 ‘김한길 그룹’ 의원 14명을 지칭)들과 어떻게 당권을 놓고 거래할 수 있나.
촬영 : 김동주 기자
▽정=대선까지 함께 가야 할 동지들로 통합을 위해 나름대로 앞장서 뛴 분들이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있나. 이 전 총리는 대통합을 위해 무엇을 했나.
▽이=새 당 만들었으면 새로운 걸 보여 줘야지, ‘박스떼기’라고 신문에서 비난한다. 이러니까 대통령까지 대리접수돼 있지 않나.
▽정=부산·경남 경선을 앞두고 선거인단에 20만 명이 등록했는데 그 중 제일 많은 10만여 선거인단을 접수시킨 쪽이 이 후보 아닌가? ‘박스떼기’를 만약 했다면 나만 했다고 단정할 수 있나?
▽이=우리 측 한병도 의원이 지난주 경선 때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온 김모 씨와 몸싸움을 벌여 ‘박스’를 확보하고 당 공명선거위에 제출했다. 그 김 씨가 정 후보 핵심 지지자이지 않나.
▽정=지엽말단 대리접수를 가지고…, 누워서 침뱉기고 침 뱉으면 자기 얼굴에 떨어진다. 이 후보는 부산·경남 경선 선거인단을 정말 한명 한명씩 접수했나?
▽이=아무리 그래도 정도 문제지, 전북에서만 40만 명 등록하고. 내가 국민 보기에 창피해서 얘기 안하려 했는데…. (‘김한길 그룹’) 의원 14명이 정 후보에게 1만 명씩 선거인단 모아주고 대신 (당권)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그쪽 의원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전해들은 선배 의원에게 내막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선배 의원 공개할 수도 있다. 완전히 자유당 때 수준이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정=음해성 마타도어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품격 없이 막 말할 수가…. 이 후보야말로 아까 ‘손 후보는 한나라당에 있어야 했다’면서 이(해찬)-손(학규) 연대 불씨를 지피는 이유가 뭔가. 하긴 전부터도 계속 단일화하셨으니까….
▽이=내가 정 후보에게 사적으로 전화할 때도 말씀드리지 않았나. 한나라당에서 3등한 후보 뒷받침하다 (대선에서) 못 이기면 허망감 자괴감 때문에 민주개혁세력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 반드시 (우리) 둘 중 하나가 당선돼야 한다고 내가 그날 얼마나 말씀드렸나.
▽정=선의의 경쟁으로 치열하게, 그러나 아름다운 경선을 치르자. 한 말씀 쐐기를 박는다면 ‘당권밀약설’ 같은 음해는 절대 다시 제기하지 말라.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정동영 “3자구도 지키자” 즉각 3자회동 제의
이해찬 “양자구도 안된다” 동원선거 공세-孫 때리기 양동작전▼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동원선거 의혹 제기 등 구태정치 근절 촉구 공세에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21일 부산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에게 ‘3자 회동’을 제안했다.
동원선거 논란으로 촉발된 갈등이 후보 사퇴 등 경선의 ‘판’을 깨는 데까지 흘러갈 경우 자신의 경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전 의장 측은 현재의 ‘3자 구도’에 변동이 생길 경우 범여권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선호도와 대통합민주신당 전국 순회 경선 투표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상승세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회동 제안을 통해 화합하고 포용하는 이미지를 살려 나가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이날 예정됐던 부산 지역 TV 토론회에 불참하면서 정 전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정 전 의장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동원선거 의혹 이슈를 계속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측은 이 이슈에 적극 뛰어들어 경선이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의 ‘양자 구도’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이 전 총리 측 핵심 관계자는 “정 전 의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 동원선거 의혹 이슈의 주도권을 빼앗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 측은 정 전 의장 측에서 ‘손학규-이해찬 연대설’을 띄우며 공세를 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나라당에서 3등 한 손 전 지사로는 본선에서 싸울 수 없다”는 주장도 계속 강조해 나갈 생각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