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류업체들이 아시아의 물류 시장을 ‘촘촘한 거미줄’로 엮어 나가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물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 지사를 세우면서 아시아 물류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일본 물류업계도 아시아 진출을 위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포괄적 제휴를 맺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아시아 물류 패권’을 둘러싼 한일 간의 한판 승부도 예상된다.
그동안 해외 진출 국내 제조업체에 치중해 온 한국 물류기업들은 앞으로 선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현지 제조업체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 본격화되는 ‘아시아 물류 러시’
국내 선두권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은 올해 12월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4월 중국 중부에 상하이(上海) 법인, 올해 1월 중국 북부에 톈진(天津)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말 중국 남부에 홍콩 법인을 세움으로써 중국을 전방위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제조업체들이 중국 등 아시아로 몰리고 있어 이 지역을 선점해야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120개 해외 대리점 가운데 아시아 지역이 절반을 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택배도 ‘중국 전문 물류기업’을 목표로 정했다. 현재 상하이, 베이징(北京) 등 15개 지사를 둔 현대택배는 올해 말까지 중국 내륙의 주요 거점에 10여 개 지사를 추가로 설립해 중국 물류 시장을 장악한다는 포석이다.
해외에 본사 법인을 세우는 대신 아예 현지의 물류회사를 인수한 업체도 있다.
CJ GLS는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최대 민영 물류회사인 어코드사(社)를 인수했다. 싱가포르와 인접 국가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어코드사 인수가 해외 법인 개설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CJ GLS는 17개 법인 가운데 14개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등 아시아에 두고 있다.
한진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해운의 아시아 진출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외로 동반 진출했다.
○ 현지업체 공략 필수…물류 전문인력 양성해야
물류업체들의 서비스 대상도 해외 진출 한국 제조업체 중심에서 현지 업체들로 확대되고 있다.
엄윤현 CJ GLS 글로벌어카운트 담당 이사는 “중국 물류업체들은 보관 수송 등 단순 서비스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업체들은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한 선진화된 종합물류서비스가 강점”이라며 “미국, 유럽에 비해 문화적으로 친숙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2개 법인과 4개 지사를 둔 중소 물류업체인 범한판토스 이지영 계장은 “한국 물류업체들은 ‘신속하고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한번 이용한 고객들은 계속 서비스를 의뢰해 온다”고 설명했다.
물류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은 최근 일본항공(JAL), 일본통운, 긴테쓰익스프레스 등 3개 운송업체가 업종을 뛰어넘는 제휴를 맺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종합물류인증센터장은 “국내 물류업계는 글로벌 마인드와 언어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가 다른 업종에 비해 부족한 편”이라며 “전문 물류 인력 양성에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