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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번뇌 불교계 “自淨의 죽비들 때”

입력 | 2007-09-23 03:01:00


《불교계가 들끓고 있다. 문화재 관리보수비, 특별교부금 지원, 템플스테이 예산 등 쏟아지는 사찰 관련 언론 보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7개 종단 대표들은 21일 “불교계에 대한 음해성 수사와 보도를 중단하라”며 성명을 냈다. ‘월정사가 2005년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국고보조를 받았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대응과 함께 항의방문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계의 이 같은 대응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불교계에 대한 일부 무리한 보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불교계의 대응방식을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두 명의 잘못이 아니라 불교계 전체에 만연한 도덕적 타락, 물질에 대한 집착, 몰염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ID 클레오1)는 식의 댓글이 주를 이룬다.》

신정아 씨와 관련한 언론보도와 검찰수사에 대한 대응에 앞서 이번 사건 책임자들의 결단과 자체 참회 및 정화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불교계 내부의 뿌리 깊은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 동국대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보림회 소속의 이사장 영배 스님과 영담 스님, 주도권을 찾으려는 직지사단의 장윤 스님과 총무원 일부 간부 스님들 간 암투였다. 하지만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 사건 당사자들 중 누구도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신 씨 비호 의혹을 폭로한 뒤 잠적한 장윤 스님이 전등사 주지직에서 사퇴했지만 중앙종회 의원, 대구 능인학원 이사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신 씨의 허위 학력을 폭로한 장윤 스님을 무리하게 이사직에서 내쫓은 뒤 신 씨의 허위 학력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신 씨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영배 스님은 “신 씨의 학력이 허위라면 책임지겠다”고 거듭 밝혔다. 장윤 스님을 이사직에서 해임시키는 데 앞장섰던 영담 스님도 마찬가지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관가나 일반 회사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당사자들이 모두 줄줄이 사표를 썼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불교 재야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재야단체들은 종단 개혁과 자정을 요구하는 법회와 삼보일배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 측도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맞아 포살법회 월 1회 개최를 전체 승단 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 포살법회는 전체 승려들이 본사에 모여 칭찬할 사람은 칭찬하고, 허물 있는 사람은 대중 앞에서 참회토록 하는 자계(自戒)의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불교계의 고질적인 악습들을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종단 내분을 수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총무원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부 정치승들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종권투쟁에 골몰하는 인사들을 대체할 세력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1947년 불교계에 ‘부처님 법대로’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던 봉암사 결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