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든 장관이든 경제를 얘기할 때 거의 빼놓지 않는 말이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 것”이라는 다짐이다. 그러나 세계은행이 그제 발표한 ‘2008 기업환경 보고서’를 보면 이 정부는 거짓말 아니면 립서비스로 임기 5년을 마칠 듯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178개국 중 30위로 작년과 재작년의 23위보다 7단계 후퇴했다. 이처럼 기업할 환경이 나빠졌으니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1위에서 13위로 떨어질 만하다. 특히 해묵은 개선 과제인 창업 관련 환경은 작년 101위에서 110위로, 고용 관련 환경은 130위에서 131위로 더 악화됐다. 외자(外資)가 한국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요한 이유들이다.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造船)과 철강, 전자 공장을 중국 인도 베트남으로 내쫓는 것이 이런 창업 환경, 고용 환경이다.
기업 환경의 악화는 과도한 규제 탓이 크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신설 또는 강화된 규제는 1102건으로 폐지 또는 완화된 규제(468건)의 2.35배에 이른다. 일본이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를 되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래서는 30년 만에 일본으로 U턴해 공장을 짓고 있는 혼다자동차, 17년 만에 일본에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도요타자동차와 경쟁하기 어렵다.
지난달 방한했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한국 정부는 기업가정신이나 경제활동 동력(動力)이 성장할 수 없게 뚜껑을 닫아 버렸다”고 비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하기 좋고 투자하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세계 공인(共認)의 경제 회생책임을 이 정부만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