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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51기 국수전…공격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입력 | 2007-09-28 03:06:00


백 84로 달아나는 발걸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 백 88까지 뜀뛰기를 해도 흑보다 한발 느리다. 최기훈 초단은 이 돌이 살기 전까지 많은 고초를 겪겠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자신은 머리를 짜내 사는 수를 찾아야 하는데 상대는 골치를 썩일 필요 없이 적당히 공격하다가 부스러기만 주워도 만족스럽다.

박정상 9단은 흑 95를 공격의 첫 단추로 삼았다. 우하 백과 연결을 차단하는 급소. 하지만 급소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할 수순을 하나 빼먹었다. 참고도 흑 1로 미리 응수를 물어보는 것이 좋았다. 흑 A(실전 99)로 끊는 것이 언제나 선수이기 때문에 백 2의 보강은 불가피하다. 이때 흑 3(실전 95)의 맥을 짚었으면 백의 혈도는 끊어지기 일보직전까지 갔을 것이다.

큰 위기를 넘긴 백은 96으로 쏙 머리를 내민다. 참고도에 비해 백의 운신이 한결 여유롭다. 이 백 돌이 아무 피해 없이 하변 백과 연결된다면 흑이 쌓아온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박 9단은 자신을 자책하며 수읽기를 시작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실수를 만회하려면 더 적극적인 공세로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